가족영화 ‘레슬러’ 주연 유해진
아들과 갈등 겪는 전직 레슬러役… “꾸준한 사랑에 어깨 더 무거워져”
“영화에서 제가 얼마나 야무지게 빨래하는지 보세요. 배운다고 되는 거 아니거든요. 요즘 빨래하고 겨울이(반려견) 밥 주고 청소하는 게 일상이에요.”
가족 영화 ‘레슬러’로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유해진(48)은 영화 속 주인공 ‘귀보’와 닮은 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전직 레슬러이자 20년 차 ‘프로 살림러’ 귀보가 아들과 겪는 갈등과 해프닝을 유쾌하게 담았다.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해진은 ‘누적 관객 1억 배우’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개봉할 때가 가장 힘든 시간”이라고 털어놓았다. “요즘 규모 큰 작품도 많잖아요. 그런데 얘(레슬러)가 야생에 나가서 잘 살아야 할 텐데…. 비닐하우스 속 생물을 방생하는 느낌이랄까. ‘잘 살아라 제발 좀!’ 이런 마음이죠.”
이 영화는 레슬링 유망주인 아들 성웅(김민재)이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훈련 중단을 선언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해진은 “이 영화는 자식이 아닌 부모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작품”이라며 “귀보를 보며 저도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았겠구나,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역할 때문에 레슬링도 배웠다. 유해진은 “저도 나름대로 등산도 즐기고 운동을 하는데 레슬링은 기본기만 배웠는데도 무척 힘들었다”며 “저보다 민재가 정말 레슬링을 열심히 배웠다”고 했다. 그러더니 대뜸 ‘아재 개그’가 튀어나왔다. “민재가 열심히 하다가 어느 날 무척 아파하더라고요. 왜 그러냐 물었더니 ‘몸살인데요’라고 해요. 그래서 제가 ‘이 자식아 몸 사리지 말라니깐!’ 했죠. 웃으시라고 한 얘깁니다. 하하.”
그의 일상은 ‘삼시세끼’의 수더분한 모습 그대로였다. “촬영장을 매번 자전거로 갔어요. 생각을 정리하는 좋은 시간이에요. 특히 비 맞고 갈 때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저는 주로 혼자 하는 걸 좋아해요.”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지만 그는 스스로를 “흥행의 중심이 아닌 사이드”라고 평가했다. “제가 엄청나게 변화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게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나날이 어깨가 무거워지지만 그건 행복한 고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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