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드라마를 각각 리메이크한 KBS ‘슈츠’와 OCN ‘미스트리스’가 비슷한 시기에 공개됐다. 그간 해외 리메이크 작품은 검증된 스토리와 두꺼운 고정 팬이 오히려 독이 돼 부진한 성적을 거두기 일쑤였다. 반면 4회까지 방영한 두 드라마는 지금까진 호평이 더 우세한 편. 하지만 전략은 사뭇 달랐다.
○ 토착화(Localization) 전략=익숙한 가족·재벌 코드로 공감대 강화
지난달 25일 시작한 ‘슈츠’는 학력, 신분, 세대 등이 전혀 다른 두 남자의 ‘케미’가 돋보이는 동명의 미국 법정물(2011년 시즌1 방영)을 리메이크했다. 원작의 주인공 마이크 로스(패트릭 애덤스)는 가난한 형편 탓에 부정도 저지르는 ‘엇나가는’ 인생을 선보였다. 또 잘나가는 변호사이자 바람둥이인 하비 스펙터(게이브리얼 막트)의 여성 편력, 법률 비서와 사무주임으로 나오는 여성 조연들의 직설적 화법도 팬들이 꼽는 매력이다.
한국 버전은 이런 자극적인 내용은 뭉텅이로 빠졌다. 그 대신 ‘너무나 익숙한’ 악독한 재벌가(家)가 두 주인공과 대립 구도를 형성한다. 마약까지 손대던 로스는 반듯하고 정의로운 고연우(박형식)로 탈바꿈했다. 온갖 여성과 잠자리를 갖던 스펙터도 4회까진 ‘멀쩡한’ 최강석(장동건)으로 바뀌었다. 직장 내 상하 관계도 기존 한국 드라마 정서를 유지했다.
건전한 윤리 교과서로 바뀐 드라마의 빈틈은 ‘가족’과 ‘권선징악’이 대신 메웠다. 슈츠 제작진은 “주인공 고연우가 마약을 흡입하는 장면은 빼는 대신 한국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법률 설정과 가족 코드는 강화했다”고 설명한다. 원작에도 나온 설정이지만 고연우는 할머니 병원비를 마련해야 하는 ‘삶의 무게’를 지고 있음을 유독 강조한다. 한 평론가는 “지상파 드라마다 보니 국내 방송심의 규정을 많이 고려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슈츠의 전략은 지금까진 괜찮은 편이다. 괜히 원형을 너무 살리려다 국내 현실과 맞지 않는 것보단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원작의 쫄깃함을 잃었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 장르 체인저(Genre Changer) 전략=18금도 불사한 미스터리 스릴러
지난달 28일 선보인 한가인 주연의 ‘미스트리스’는 ‘못 먹어도 고’를 했다. 영국 원작(2008∼2010년)과 미국(2013∼2016년)에서 방영된 전작의 파격적인 소재와 장면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 불륜과 살인, 노출 등이 꽤나 많아 첫 1, 2화는 ‘19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을 정도다. 한지승 감독도 “무조건 세게 가보자 생각했다”며 “선정적인 부분도 (시청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전개”라고 설명했다.
그 대신 치정에 치중해 ‘영국판 고퀄(고급) 막장 드라마’였던 원작과 달리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기본적으로 어두운 화면에 스산한 음악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편집에 무게감을 실었다. 특히 한 남성의 살인사건이 조금씩 밝혀지는 과정을 미묘하게 얽어놓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비교적 심의 규정이 유연한 케이블채널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는 모양새다.
시청률만 보면 0.8%로 아쉬운 편이지만 화제성은 대단하다. 지난달 말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CPI)에도 상위권에 올랐다. 장세연을 맡은 한가인은 대중의 호불호가 갈리곤 있으나, 그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리메이크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선 “표절과 창작 사이 줄타기가 관건”이라며 “원작의 스토리와 캐릭터에 국내 이슈와 라이프스타일을 잘 담아내야 공감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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