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4일 처음으로 선보인 한국 예능 ‘범인은 바로 너!’는 ‘이름값’에 비해 아쉬움이 너무나 크다. 유재석 이광수 김종민 등 특급 출연진에 SBS ‘런닝맨’을 연출했던 조효진 김주형 PD의 만남. 게다가 넷플릭스란 플랫폼 특성을 살린 100% 사전 제작. 첫 회부터 ‘웰메이드 예능’을 기대한 건 너무 큰 바람이었을까.
물론 기존 예능과 다른 독특함은 분명 있다. ‘예능 반, 추리 반’을 지향하는 이 프로그램은 ‘미국 드라마’처럼 열 개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스토리로 모아져 시즌을 이룬다. 출연자들은 ‘동네 탐정’(유재석) ‘전직 형사’(안재욱) 등을 맡아 드라마와 같은 배역이 정해져 있되, 기존 예능 방식으로 게임을 하고 퍼즐을 푼다. 21세기가 지향하는 ‘하이브리드’의 출현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신선함은 딱 거기까지다. 뭔가 섞이긴 했는데 버무려지질 않았다. 출연자들조차 앞에선 과도하게 연기 톤으로 나왔다가, 다음 장면엔 “이젠 뭐해야 하냐”며 리얼버라이어티식 개그를 한다. 이들이 갈팡질팡하니 시청자도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어리둥절하다. 2회에서 유재석이 시체와 조우하는 장면은 이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탐정은 심각한데, 시체는 허접한 만듦새. 헐렁함에 웃어주길 바라는 건 결코 아닐 텐데.
기본적인 설정에도 문제가 있다. 이 예능은 게임을 성공하지 못하면 사건 해결을 진행할 수가 없다. 조 PD는 “멤버들에게 전혀 힌트가 주어지지 않으며, 미션에 실패하면 별도의 스토리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능에서 추리 사건이 미해결로 끝난다면 그걸 받아들일 시청자가 얼마나 될까.
조 PD는 “시즌 중반부로 갈수록 출연진의 캐릭터가 잡혀가면서 훨씬 흥미진진해지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범인은 바로 너!’ 3, 4회는 11일 오후 4시에 공개된다. 전체가 10회니 4회면 벌써 중반이다. 시행착오로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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