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아이들도 뽀로로를 볼까? 몇 해 전 북한 조선중앙TV 화면에 뽀로로 캐릭터 상품이 연거푸 잡혀 화제가 된 적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뽀로로가 정식 방영되거나, 캐릭터 상품이 판매된 적은 없다. ‘뽀로로 아빠’ 아이코닉스 최종일 대표(53)는 “(북한 사람들이)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사본으로 뽀로로를 보고, 보따리상을 통해 캐릭터 상품을 들여온 것 같다”고 했다. 콘텐츠 제작자로서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최 대표의 목소리는 밝았다. 어찌 됐든 북한 아이들도 뽀로로를 볼 수 있다니 좋다고 했다. 경기 성남시 아이코닉스 사옥에서 14일 최 대표를 만났다.
‘뽀롱뽀롱 뽀로로’는 2003~2006년 아이코닉스·오콘·하나로통신과 북한 삼천리총회사가 합작한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이다. 하나로통신이 투자조건으로 남북합작을 내걸었다. 최 대표는 완성된 콘텐츠 수십 편을 노출하는 것보다 한 편을 같이 제작하는 게 더 교류의 효과가 크다고 보고 흔쾌히 동의했다. 그렇게 시즌1과 시즌2의 총 스무 편을 함께 만들었다. 이전에도 남북 합작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든 적은 있었지만 큰 성공을 거둔 건 뽀로로가 처음이었다. 우리 나이로 16살이 된 뽀로로는 130개가 넘는 나라에 수출됐고, 유튜브에서 매달 2억 회가 넘게 재생되고 있다.
뽀로로의 남북 합작은 북한에 제작 하청을 맡기는 형태로 이뤄졌다. 2D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북한이지만 3D애니메이션은 북한에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5분짜리 영상 한 편을 만들 때마다 400여 장에 달하는 CD를 몇 번이나 중국을 통해 주고받아야 했다. 의사소통은 팩스로만 할 수 있었다. 글로 전하기 힘든 ‘뉘앙스’ 차이로 수정을 거듭하는 일도 잦았다.
문화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 박수 장면을 요청했더니 모든 캐릭터가 일어서서 ‘해병대 박수’를 치는 장면을 만들어 보냈다. 쓰는 용어도 달랐다. ‘스택’이라 부르는 3D 작업 목록을 북한에선 ‘탄창’이라 불렀다. 그러다 보니 결과물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내부 불만이 나왔다. 그 때마다 최 대표는 팀원들을 다독였다. “눈앞의 성과보다는 계속 협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다 보면 질도 나아지고 비용 절감 효과도 생길 테니 극복해나가자고 했죠.”
최 대표는 비핵화 문제가 잘 풀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 평양이나 개성에 ‘뽀로로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평양은 인력 수급이 용이하고, 개성은 가까워서 좋을 것 같단다. 최 대표는 기획 단계부터 남북이 함께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장르는 역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다.
“아이들 보는 눈은 세상 어디나 똑같아요. 뽀로로가 꽈당 하고 넘어지면 한국 아이도, 북한 아이도, 쿠바 아이도 까르르 웃죠. 남북이 같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계 어린이들에게 하나된 ‘코리아’를 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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