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럭셔리족을 잡아라” 명품 하우스들, 유연한 변화구를 던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5일 03시 00분


축구에서 영감을 받은 루이 비통의 2018 FIFA 월드컵 공식 라이센스 컬렉션. 1970년 FIFA 월드컵의 공인구에서 익살스러운 디자인을 차용했다. 루이 비통 제공
축구에서 영감을 받은 루이 비통의 2018 FIFA 월드컵 공식 라이센스 컬렉션. 1970년 FIFA 월드컵의 공인구에서 익살스러운 디자인을 차용했다. 루이 비통 제공
몇 년 전, ‘운도남·운도녀’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이는 운동화 신고 출근하는 도시 남녀를 뜻하는 말로, 격식을 차리기보다는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트랜드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기괴하게 여겨졌던 옷차림은 금세 유행이 됐다. 잘 갖춰 입은 슈트 아래 무심한 듯 시크하게 신은 스니커즈. 당연히 하이힐과 함께 입어야 했던 펜슬 스커트 아래 운동화도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과감한 ‘믹스매치’를 선보여야 ‘패션 피플’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도시를 활보했던 ‘운도남·운도녀’는 ‘럭셔리 스포티즘’의 등장을 알리는 전조였을지도 모른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럭셔리 하우스들은 앞다퉈 ‘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내놓고 있으니 말이다. 동네 백수의 상징이었던 트레이닝 수트가 세상 어떤 것보다 ‘힙’한 옷이 됐다. 재래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벨트백도 힙스터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가져야 할 ‘잇백(It Bag)’이 됐다.

승마와 요트보다 축구와 야구가 더 친숙한 젊은 럭셔리족을 겨냥해 하우스들이 변하고 있다. 점잖게 앉아 전통만을 고수하고 있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고고한 럭셔리 하우스들의 유연한 변화는 9회말 2아웃보다 흥미롭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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