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성을 사랑하는 것에 대하여/프레데리크 마르텔 지음/전혜영 옮김/632쪽·2만5000원·글항아리
“결혼만큼 사랑과 성실, 헌신과 희생, 가족을 이어주는 중요한 결합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결합에서 더 나아가 동성을 사랑하는 게이와 레즈비언 원고들에게도 결혼은 존중받아 마땅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법 앞에서 그들은 존엄한 평등권을 요청한 것이기에 헌법은 그들에게 결혼한 권리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2015년 6월 26일 미국 연방 대법원은 동성끼리의 결혼을 합법화한 역사적인 판결을 내린다. 앞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국가가 여럿 있었지만 세계 질서에서 미국이 갖는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이 판결이야말로 동성애자들의 권리 향상에 가장 큰 발자취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적으로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의 권리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 배제 역시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 책은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8년간 50개국 600여 명의 동성애자를 만나 기록한 일종의 ‘성소수자 역사보고서’다. 게이의 메카 미국 뉴욕부터 프랑스 파리, 아시아의 서울, 도쿄와 아프리카의 카이로까지. 동성애자들이 고유의 문화를 즐기면서도 제도·문화적으로 차별받는 현실 등을 꼼꼼하게 짚어냈다.
동성애자들은 각 지역마다의 특색을 반영한 그들만의 삶을 살아간다. 게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을 게이와 이웃의 합성어인 ‘게이버후드’라고 한다. 동성애가 합법인 뉴욕의 게이버후드에선 ‘감추지 않기’, ‘가장 핫한 남자들’과 같은 문구가 적힌 상점과 클럽들이 즐비하다. 그들만의 암호화된 표현으로 게이 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게이 문화는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 게이를 뜻하는 ‘퉁즈(同志)’라는 티셔츠를 입고, 클럽에 모여 마작을 함께 즐기는 것이 중국식 동성애 문화다.
동성애자들의 목소리와 문화가 확산될 수 있던 배경에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법률이 핵심이다. 지난해 4월 기준 미국과 핀란드,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20여 개 국가가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유엔은 2008년 ‘동성애자 차별법 철폐에 대한 선언문’을 발표한 이후 각 국가에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 제정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동성애가 범죄로 여겨지며 사형까지 선고하는 국가가 8개국이나 존재한다. 이란은 2015년 한 해에만 977명의 동성애자를 사형시켰다. 문화적인 갈등이 초래하는 비극 또한 상당하다. 2016년 6월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게이 클럽에서 동성애 혐오자가 총기를 난사해 49명이 사망하는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저자는 “동성애 이슈는 이 시대의 정신과 각 나라의 민주주의 발전 정도, 그 나라 국민의 의식 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고 강조한다. 성소수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갈등 역시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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