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 기념공연으로 소프라노 조수미와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의 듀오 콘서트가 열립니다. 그런데 첫 네 곡의 목록이 흥미롭습니다.
처음에 두 사람이 구노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이중창 ‘고귀한 천사들’을 부르고, 이어 조수미가 오베르의 오페라 ‘마농 레스코’에 나오는 ‘웃음의 노래’와 벨리니의 ‘캐퓰릿가와 몬터규가’ 아리아 ‘아, 몇 번인가’를 부릅니다. 그러고 나서 알라냐가 찬도나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줄리에타, 나요’를 노래합니다.
‘마농 레스코’에 대해서는 지난달 이 코너에서 소개한 일이 있습니다. 같은 원작을 작곡가 마스네와 푸치니가 각각 오페라로 만들었다는 내용이었죠. 그러고 보니 프랑스 작곡가 오베르가 쓴 ‘마농 레스코’도 있었군요. 그런데 이날 연주하는 구노, 벨리니, 찬도나이 곡들도 ‘오페라로 여러 번 모습을 바꾼 인기 드라마’의 위력을 보여줍니다. 바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입니다.
1591년 즈음 초연한 이 연극사의 걸작은 여러 차례 오페라로 각색되어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제목으로 구노와 찬도나이 외에 벤다, 칭가렐리 등의 작품이 있고, ‘캐퓰릿가와 몬터규가’ ‘베로나의 연인들’ 등 다른 제목을 단 작품까지 합치면 초연 직후 잊혀진 무명 작품들을 포함해 최소 30차례 이상 오페라로 각색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의 무대가 된 이탈리아 북부의 베로나는 오늘날 전 세계 청춘들이 모여드는 사랑의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도시의 모양이 아디제강과 옛 해자(垓字)의 자취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내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이곳의 1세기 로마 유적에서는 1913년부터 야외 오페라 축제가 열려 세계 음악 팬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저는 8월 1일부터 9일 동안 사랑의 도시 베로나와 프랑스 남부 오랑주의 로마 반원형 극장에서 두 편의 야외 오페라를 감상하는 여행을 갖습니다. 베로나에서는 베르디 ‘아이다’를, 오랑주에서는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를 봅니다. 함께하실 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