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입적한 신흥사 조실(祖室) 오현 스님의 법구를 안치한 장작더미에서 마침내 불길이 하늘로 치솟자 “아미타불” “불법승”(佛法僧)을 외치는 목소리가 다비장에 울려 퍼졌다. “아이고! 스님” 하는 오열도 터져나왔다.
영원한 수행자이자 거리낌 없는 자유인의 삶을 추구하던 스님을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다비식이 30일 오후 금강산 자락의 최북단 사찰인 강원 고성군 건봉사 연화대에서 치러졌다. 안개산이라는 뜻의 법명 무산(霧山)에 어울리게 안개와 비가 오락가락했다. 하지만 궂은 날씨에도 다비장에 모인 이들은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이날 오전 속초 신흥사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 원로회의 의장 세민 스님, 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 총무원장 설정 스님 등 각계 인사 10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영결사와 법어, 추도사, 조사, 조시 등으로 1시간여동안 진행됐다.
진제 스님은 법어에서 “설악의 주인이 적멸에 드니 산은 슬퍼하고 골짝의 메아리는 그치지 않는다. 무산 대종사께서 남기신 팔십칠의 성상(星霜)은 선(禪)과 교(敎)의 구분이 없고,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에 걸림이 없던 이 시대의 선지식의 발자취였다”고 기렸다.
이근배 시인은 “그 높은 법문 그 천둥 같은 사자후를 어디서 다시 들을 수 있겠습니까”라며 “백세(百世)의 스승이시며 어버이시며 친구이시며 연인이셨던 오직 한 분!”이라고 스님을 그리워했다. 만해마을이 있는 인제군 용대리의 전 이장 정래옥 씨는 “큰스님은 신도들이 용돈을 드리는 것을 푼푼이 모아 아낌없이 주민들에게 베풀어 주셨다”며 “마음으로라도 큰스님께 은혜를 갚으며 살아가고자 했으나 훌쩍 떠나가셨다”라고 추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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