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제로 버전까지 실력을 키워왔지만 불리한 상황에선 엉뚱한 수를 둔다는 사실을 이 바둑에서도 볼 수 있었다.
먼저 참고도를 보자. 백 1(실전 140) 때가 문제였다. 이때 형세는 백이 앞서고는 있으나 흑도 좌변 백 진을 깨며 맹추격한 상황.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흑 2가 어안이 막히게 한 수. 왜 이 두 점을 잡았을까. 알파고를 대신해 변명을 해주자면 177로 패를 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상변 흑 대마를 살려야 했다. 백 3으로 대마가 잡히면서 승부의 추가 급격히 기울었기 때문이다.
흑 알파고는 어차피 대마를 살려도 진다고 보고 우변 패를 해야 뒤집을 수 있다고 계산했을 수도 있다. 건곤일척의 승부를 건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알파고가 당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그 소스가 공개되지 않으니 영원히 미궁에 빠진 셈이다.
인간이랑 두면 완벽에 가까운 알파고가 왜 셀프 대국에선 자멸하는 수를 자주 두는 것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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