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출간 뒤 35개국에서 1000만 부 이상 판매된 스웨덴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 지음)이 한국에서 연극이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 무대에 12일 오르는 연극 ‘창문 넘어…’는 100세 생일날 잠옷 차림으로 양로원을 탈출한 알란이 우연히 갱단의 돈 가방을 훔치면서 펼쳐지는 황당한 에피소드와 과거 100년 동안 의도치 않게 근현대사의 격변에 휘말려온 그의 스펙터클한 인생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근현대사까지 나올 정도의 거창한 인생인가 궁금해지는데, 알란이 만나는 인물들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트루먼 대통령, 마오쩌둥, 스탈린, 김일성 김정일 부자, 아인슈타인….
이 연극에서 알란 역을 맡은 배우 서현철(53)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지난달 25일 만났다. 그는 “60여 명의 캐릭터를 5명의 배우가 연기해요. 알란 역도 여러 배우가 번갈아 연기하고, 한 배우가 여러 역을 맡는 등 ‘캐릭터 저글링’이란 새 개념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알란 외에 중국 왕비,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등 총 다섯 개 캐릭터를 연기한다.
“알란은 100년 동안 진짜 많은 나라를 다녀요. 각 나라를 상징하는 장치로 전통춤을 선보이는데요, 요즘 8개국 춤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어요. 워낙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다 보니 배우들 모두 무대 위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죠. 연습할 때마다 이런 작품은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3년차의 배우지만, 무대에 서기 전 대기업을 다녔다. “반복되는 일상이 싫었다”는 그는 신문에서 우연히 국립극장에서 운영하는 문화학교 기사를 발견했다. 그는 퇴근 후에 열리는 문화학교에 등록해 극단 작은신화 최용훈 대표에게 연기 지도를 받았다.
“1년간의 교육 과정이 끝난 날, 무작정 최 대표님을 찾아가 연기를 시켜 달라고 졸랐어요. 대표님은 ‘멀쩡한 회사를 왜 그만두냐’며 간곡하게 말리셨지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끈질긴 구애 끝에 작은신화에 입단했다. 그는 극단 맨씨어터 출신 연극배우인 아내 정재은과 함께 지난해 SBS 리얼리티 관찰 예능 ‘싱글 와이프’에 출연해 엉뚱 발랄한 매력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넣으면 연관 검색어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가 뜬다. 2015년 공연 홍보차 출연했다가 시쳇말로 ‘한방에 빵 뜬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대학로에서 연극하면서 평소 동료들과 술 마시며 하던 이야기를 한 건데, 반응이 좋아 얼떨떨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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