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목소리’와 ‘바이올린 여제’의 무대는 잔향이 길었다. 관객들은 기립해 마음을 전했고 일부는 공연장에 남아 여운을 달랬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지난달 31일 열린 ‘조수미와 로베르토 알라냐의 디바&디보 콘서트’는 맛과 품격을 잡은 파인 다이닝 같았다. 클래식 마니아와 일반 관객을 고려한 선곡, 유머러스한 연출, 반주자와 성악가의 호흡이 돋보인 2시간이었다.
‘데뷔 동기’인 조수미와 알라냐는 선의의 경쟁을 하듯 ‘달렸다’. 구노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귀한 천사들’,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신비로운 이 묘약’에서 찰떡 호흡을 과시하다가도 각자의 무대에서는 날 선 기량을 뽐냈다.
조수미는 화려한 디바와 친근한 누이를 오가며 관객을 쥐락펴락했다. 한국 초연곡인 오베르의 오페라 ‘마농 레스코’ 중 ‘웃음의 아리아’는 소름이 돋았고, 앙코르곡 ‘호프만의 이야기’ 중 ‘인형의 노래’에서 인형 연기는 사랑스러웠다. 알라냐는 박수 유도, 술 취한 연기, 귀여운 퇴장으로 ‘무대 위의 동물’임을 입증했다.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정경화의 무대는 삶의 아름다움과 비애가 녹아든 한 편의 로드무비였다. 복숭앗빛 한복 드레스 차림으로 바이올린과 밀고 당기며 포레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했다. 70세를 맞은 그의 브람스는 깊었고 프랑크는 슈크림처럼 부드러움을 더했다.
12년간 한 무대에 서온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의 기지도 돋보였다. 예민한 스타를 달래는 매니저와 우직한 동반자로 색채를 바꿔 가며 여제 곁을 지켰다. 앙코르 무대에서는 생전 그의 무대의상을 책임진 고 이영희 디자이너를 추모했다. ‘사랑의 기쁨’ 선율은 관객들을 추억에 잠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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