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에 백 4(104)로 응수한 것은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아마 알파고 등장 이전에 이런 수를 뒀다면 ‘느슨하기 짝이 없는’ 수라고 질타를 받았을 것이다. 아마추어 고수만 돼도 참고 1도의 진행을 쉽게 떠올릴 것이다. 흑 ●에 직접 응수하지 않고 실전 백 4로 두는 것은 인간의 머리에선 없는 수법이다. 참고 1도는 즉각적이고 눈에 보이는데, 백 4는 모호하고 방향이 뚜렷하지 않다. 백 4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헤아리기 어렵기 때문에 인간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것이다.
백 8, 10의 공격에 흑은 탈출하지 않고 11로 상변에 살림을 차리기로 한다. 백은 애써 이를 막지 않고 12, 14로 위에서 눌러가며 두터움을 취했다.
흑 17의 보강은 알파고제로답다. 손을 빼면 참고 2도 백 1이 아프다. 백을 두텁게 만들어주는 흑 2를 둬야 하기 때문이다. 백 18로 끊자 흑 21로 우상을 살린다. 이제 보니 백은 우변에서 나온 흑 대마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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