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붉은 립스틱, 징이 잔뜩 박힌 초커, 갈기갈기 찢어진 티셔츠에 빨간 망사 스타킹 차림의 앳된 소녀. 냉소적인 눈빛부터 살벌한 욕설까지 어느 것 하나 삼촌뻘 형사팀장(조진웅)에게 지지 않는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영화 ‘독전’의 포문을 연 마약 전과 여고생 수정은 많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인터넷에는 “그 마약 소녀가 도대체 누구냐”는 물음도 줄을 이었다.
영화 속 모습은 낯설지만 안방극장에서는 익숙한 얼굴이다. 수정 역을 맡은 배우 금새록(26)은 KBS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에서 유동근의 막내딸인 현하로 출연하고 있다. 음산한 고딕 펑크 옷차림 대신 알록달록한 추리닝 패션을 선보이는 현하는 수시로 말썽을 일으키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사고뭉치다. 전형적인 막내딸 캐릭터지만 톡톡 튀는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5일 만난 금새록은 수정보다는 현하에 가까웠다. 호감 가는 둥근 얼굴형과 쌍꺼풀 없는 선한 눈매는 ‘독전’ 촬영 때 그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 이해영 감독도 그의 둥글둥글한 인상 때문에 고민했다고 한다. 금새록은 수시로 욕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이 감독에게 보내 검사를 받았다. 시도 때도 없이 고래고래 악을 쓰며 욕하는 연습을 해 어머니를 수시로 놀라게 했다.
대사뿐만 아니라 작은 디테일에서도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비행 청소년’ 느낌이 묻어나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말로 하는 욕은 해봤어도 손가락 욕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자연스러운 손의 각도를 찾기 위해 손가락 욕을 하는 영화 장면을 모조리 캡처해 수시로 보며 공부했어요.” 이 감독은 이런 그에게 “모든 것을 내던지고 달려드는 근성이 진심을 전하게 만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창시절 한국무용을 전공한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배우로 진로를 바꿨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정말 하고 싶은 길을 찾았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연기 선생님에게 혼나서 울어도 행복하더라고요. 매일 학원에 제일 일찍 가서 제일 늦게 나오는 제 모습을 보며 ‘내가 이렇게까지 몰입해서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금새록은 폭넓은 역을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차기작인 영화 ‘아워 바디’(가제)에서는 삶에 찌든 비정규직 희정 역을 맡아 촬영을 마쳤다.
“‘독전’의 수정이가 저라는 걸 많은 분들이 못 알아보시는 게 오히려 기분 좋아요. 앞으로도 맡은 배역 그 자체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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