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여성의 축구 체험기 정도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그라운드에 여성이 입성했을 때 벌어지는 이야기는 현실 사회와 닮았다. 강하거나 거친 여성에 대한 편견, 여자 국가대표를 가르치려 드는 ‘맨스플레인’(Man+Explain·가르치지 않아도 될 것을 가르치려는 남자), 대등한 경기 상대자로 만난 시니어 축구단 할아버지를 마크하며 “내 안의 유교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는 에피소드를 포함해 여성 독자라면 ‘아, 맞아 맞아. 이런 거 있어’라며 공감할 이야기들이다.
이 책은 K리그 팬에 머물던 저자가 본격적으로 여성 축구팀에 들어가 겪은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와 함께 뛰는 ‘언니’들의 삶을 통해 왜 여성들이 학창 시절부터 ‘나는 운동을 싫어하는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는지, ‘자라서 조기 축구를 하게 되는 남자들과 달리 왜 여자들은 축구와 조기 이별을 하게 됐는지’를 고찰한다.
벽에 대고 인사이드 킥을 연습하면서 ‘복사뼈에 축구공이 툭툭 소리를 내며 함께 저만치 나가는 근사한 느낌’에 기뻐하는 저자의 진정성 있는 감상이 매력이다. 우아한 ‘로빙슛’, 호쾌한 ‘오버래핑’ 등 그림을 그리는 듯한 묘사와 맛깔 나는 비유, 방심하면 튀어나오는 언어유희도 장점이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원하고 통쾌한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소리 내 웃고 있을지 모르니 정숙해야 하는 장소에서는 주의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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