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원 “사라질 위기 北토속민요, 남북 공동으로 음원화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9일 03시 00분


취임 석달 임재원 국립국악원장
판소리-종묘제례악 등 다큐 제작, 세계적 방송사에 공급 계획

최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만난 임재원 신임국립국악원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최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만난 임재원 신임국립국악원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전통은 단절의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아 끝내 전해진 것들입니다. 국가의 DNA죠.”

취임 석 달째를 맞은 임재원 제19대 국립국악원장(61)이 한반도에 불어온 화해 분위기 속에서 북한 전역에 산재해 있는 토속민요를 채록해 음원화, 자료화할 계획을 밝혔다.

실향민 부친을 둔 임 원장은 “‘수심가’ ‘영변가’ 같은 서도민요는 전해졌지만 토속민요는 고사가 우려된다”며 “소리를 간직한 현지 노인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빨리 채집해 남겨야 할 우리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국악원은 이를 위해 북한 토속민요 공동연구를 위한 남북 학술회의를 계획하고 있다.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임 원장은 1982년 국악원에 대금 연주단원으로 들어왔다. 그에게 국악원은 첫 직장인 셈. 그는 이후 서울대 국악과 교수,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대금연구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임 원장은 “격을 지켜 나가되 문턱을 낮춰 전통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그는 “국악방송과 협력해 판소리, 종묘제례악 등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내셔널지오그래픽, BBC 등 세계적인 방송사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통을 보존하면서 시대의 격류까지 타는 일은 쉽지 않다. 임 원장은 국악극 ‘꼭두’를 예로 들었다. ‘만추’의 김태용 감독과 국악원이 공동 제작해 영화와 국악의 결합을 모색한 이 작품은 지난해 처음 선보여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올해는 10월 부산국제영화제와 연계해 공연한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수십 년간 이어지는 공연처럼 다듬고 다듬어 롱런하는 레퍼토리로 만들고자 합니다.” 그는 “소설, 연극, 미술 등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현대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임 원장은 “연주도 중요하지만 연구 기능 강화가 국악원에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국악 산업 실태 파악 3개년 계획을 출발시킨다. 올해 산업 분류 체계 수립 연구를 시작해 개원 70주년이 되는 2020년에는 실태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원내에 있는 국립국악박물관의 기능 강화도 역점 사업 중 하나다.

국악원은 지난 정부, 블랙리스트 사태로 진통을 겪었다. 임 원장은 “국악원은 국악계가 아닌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소통과 경청을 통해 민주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국악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국립국악원#토속민요#종묘제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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