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찾아왔고, 낮에 걷기는 너무 더워졌습니다. 대신 서늘한 저녁 공기가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는 계절입니다. 요즘 같은 초여름 저녁이면 생각나는 음악이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세레나타 노투르나’ 같은 모차르트의 ‘저녁 음악’들입니다.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작은 밤 음악’이란 뜻이고, ‘세레나타 노투르나’ 역시 밤에 연주하는 음악이란 뜻입니다. 이 작품들은 바로크 시대부터 모차르트 시대까지 유행한 ‘세레나데’ 또는 ‘디베르티멘토’(희유곡·嬉遊曲)의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기분 전환을 위한 즐거운 음악’이란 뜻이죠.
이런 작품들을 듣다 보면 생각나는 20세기 음악도 있습니다.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사진)의 교향곡 1번 ‘고전 교향곡’입니다. 프로코피예프가 이 작품을 쓰던 1917년 러시아는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조용한 시기는 아니었죠. 그러나 스물여섯 살이었던 젊은 작곡가는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전통에서 새로운 시대의 힌트를 얻어 보려 했습니다. 실제 이 15분 남짓한 짧은 교향곡을 듣고 있으면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스타일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교향곡’으로 쓰였고 다른 교향곡들처럼 네 개 악장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의 성격은 가벼운 ‘세레나데’나 ‘디베르티멘토’에 가깝습니다. 특히 두 번째 악장 라르게토(느리고 작은 악장)는 초여름 저녁이 지평선 위에 느긋하게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주죠. 중간부의 선율도 정다우면서 의뭉스러운 밤의 느낌을 떠올리게 합니다.
프로코피예프는 이 교향곡을 작곡 이듬해인 1918년 초연했으니 올해는 ‘고전 교향곡’ 100주년을 맞는 셈입니다. 모차르트의 저녁 음악들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이 작품도 여름 저녁을 맞아 들어보시기 권합니다. 20세기 음악을 들어본 김에 말러의 교향곡 7번 ‘밤의 노래’도 감상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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