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영드’ 한국옷 입고 날개 달았다… 미드 쓴맛 OCN ‘라이프 온 마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7일 03시 00분


‘리메이크 잔혹사’ 끊고 인기 행진… BBC “원작 본질-지역색 모두 담아”

‘라이프 온 마스’에서 서울청 과학수사대 한태주 경위(정경호·왼쪽에서 두 번째)가 30년 전으로 돌아가 인성 서부경찰서 강력계 반장으로 일하는 장면. 과학 수사가 아닌 ‘가학 수사’가 판치는 1988년의 풍경은 원작의 배경인 1973년의 맨체스터와 묘하게 겹친다. OCN 화면 캡처
‘라이프 온 마스’에서 서울청 과학수사대 한태주 경위(정경호·왼쪽에서 두 번째)가 30년 전으로 돌아가 인성 서부경찰서 강력계 반장으로 일하는 장면. 과학 수사가 아닌 ‘가학 수사’가 판치는 1988년의 풍경은 원작의 배경인 1973년의 맨체스터와 묘하게 겹친다. OCN 화면 캡처

미드(미국 드라마)로 본 쓴맛, 영드(영국 드라마)로 만회할까. 9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는 OCN 입장에선 어쩌면 역전홈런 찬스를 잡은 건지도 모르겠다. 미드를 리메이크했던 전작 ‘미스트리스’는 야심 차게 선보인 투수였지만, 시청률 1%대란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현재 6회까지 방영한 ‘라이프…’는 5% 가까이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 누상에 있는 주자를 불러 모아 한 방이면 끝내기도 가능할 것 같은 분위기다.

일발장타를 기대하는 이 타자는 영국에서 건너온 거포 용병. 2006년 주인공 형사가 우연한 사고를 겪은 뒤 눈을 뜨니 1970년대. 그곳에서 똑같이 형사를 한다는 줄거리다. 당시 BBC 원작은 미국 에미상까지 받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미국 ABC방송이 리메이크했을 정도였다. 물론 한국리그에서 서양 용병이 승리를 보장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꽃보다 남자’ ‘하얀 거탑’ 등 아시아권 리메이크는 대박이 곧잘 터졌지만, ‘미스트리스’는 물론 ‘앙투라지’ ‘슈츠’ 등의 장타율은 신통찮았다. 2016년 tvN ‘굿 와이프’ 정도가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한국판 ‘라이프…’는 지금까지는 분위기가 좋다. 원작의 틀을 잘 유지하면서 ‘현지화’도 기막히게 해냈다는 평이다. 예를 들면 원작의 주요 무대였던 영국 펍 ‘레일웨이 암스’는 소줏집 ‘인성상회’로, 영국 프로축구 ‘맨체스터 더비’는 한국 프로야구 해태와 삼성의 라이벌전으로 바꿨다. 심지어 유니폼도 ‘빨강 대 파랑’으로 맞췄다. 원작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음악으로 등장한 데이비드 보위의 ‘라이프 온 마스’는 조용필의 ‘미지의 세계’가 대신했다.

여기에 최근 한국 시청자들에게 잘 먹혀드는 복고 분위기도 잘 살렸다. ‘응답하라 1988’이 선보였던 ‘쌍팔년도 정서’가 매력적이다. 연탄가스를 마신 주인공에게 동치미 국물을 들이붓는 등 당시 정황을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1971∼89년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의 상징인 배우 최불암이 당대 분위기 그대로 깜짝 출연한 것도 화젯거리. BBC 관계자들조차 “한국판은 오리지널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역적 매력이 물씬하다”고 극찬했단다.

다만 ‘라이프…’는 이제 초반부인데도 벌써부터 드라마의 향배를 두고 격론이 오가고 있다. 원작의 결말이 워낙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흥행과 호평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던 원작의 영광을 한국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까. 일단 흐름은 나쁘지 않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영드#라이프 온 마스#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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