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왜 트럼프처럼 김정은을 다루지 않았을까/신석호 지음/304쪽·1만4500원·린쓰
월드컵 덕에 살짝 열기가 식긴 했지만, 올해 한반도 정세는 몇 달 내내 최고의 핫이슈였다. 특히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초대형 이벤트였다. 그걸 지켜보는 속내야 각양각색이었겠지만, 다들 한번쯤 엇비슷한 의문을 품어봤음 직하다. ‘왜 전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이러지 못했을까.’
북한학 박사로 동아일보 국제부장과 워싱턴특파원 등을 역임한 저자는 이 궁금증의 실마리를 기존 시각과 다른 방향에서 풀어낸다. 인물보다는 미국이 추구하고 지속한 대북정책의 흐름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트럼프는 거의 입만 열면 전 정권의 대북정책을 비난해 왔다. 하지만 저자가 볼 때 트럼프의 강도 높은 압박은 오바마 정부가 8년 동안 펼친 ‘대북정책 패키지’(흔히 ‘전략적 인내’로 상징되는)의 연장선에서 가능했다.
연속성이란 측면에서 줄기를 파악하면 차이점도 눈에 들어온다. 오바마 정부가 ‘남한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대북정책의 비전으로 삼았다면, 트럼프는 ‘북한 비핵화’에 더 핵심 가치를 두고 있다. 이런 결정적 차이에 국내외 정세 변화까지 감안하면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만큼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짚어볼 수 있다.
이 책은 솔직히 그리 만만하지 않다. 관련 사안을 꾸준히 들여다보지 않은 초심자라면 걸리는 대목도 잦다. 하지만 생생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큰 틀을 조망하려는 저자의 ‘전략적 인내’를 찬찬히 따라가면, 예상보다 훨씬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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