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판매처 ‘예스24’의 음반 베스트셀러 목록에 전혀 새로운 형태의 음반이 등장했다.
10위권 내에 오른 걸그룹 레드벨벳의 ‘Red Velvet 1st Concert [Red Room]’다. 12일 발매되는 앨범은 콘서트 영상물이지만 DVD나 블루레이가 아니다. ‘키노 비디오’다. 가로 15cm, 세로 18cm로 CD와 비슷한 크기이지만 직사각형이다. 안에 든 메모리카드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이어폰 단자에 삽입하면 영상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온라인의 편리성과 오프라인 음반의 소장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형식의 음반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레드벨벳이 최초로 내는 키노 비디오는 ‘키노 앨범’의 영상물 버전. 키노 앨범은 작은 담뱃갑 크기로 스마트폰에 꽂아 감상하는 매체다. 지난해 5월 처음 선보인 후 앙증맞은 디자인과 특이한 기능으로 주목받았다.
마마무 문별의 솔로 앨범은 오락기 모양의 키노 앨범으로 제작돼 화제를 모았고, 슈퍼주니어의 키노 앨범은 2만5000장가량 팔려나가며 여타 CD들과 경쟁을 벌일 정도다. 키노의 길성배 팀장은 “가수들은 여전히 CD를 내지만 대다수의 소비자는 이제 CD플레이어조차 갖지 않는 현실에 착안했다”며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면서도 스트리밍과 달리 소장이 가능한 물리적 매체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키노 앨범은 가수의 포토 카드가 부록으로 들어가고, 반주만 따로 듣고 그 위에 자신의 노래를 녹음해 친구와 공유하는 기능도 있다. 키노 측은 “음반과 영상물에 이어 책과 잡지 역시 키노에 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소장감과 스마트 편의성을 겸비한 ‘하이브리드’에 대한 수요는 이뿐 아니다. 서울 마포구 ‘도프레코드’에서는 최근 MD(미니디스크) 판매를 시작했다. MD는 CD보다 작은 음반으로 1992년 소니사가 개발했지만 큰 재미를 못 보고 단종됐다. 김윤중 도프레코드 대표는 “영국에서 공수한 MD를 진열해 뒀는데 반응이 좋다”고 했다. 지미 헨드릭스부터 라디오헤드까지 다양한 MD가 6만∼12만 원대의 고가에도 심심찮게 팔려나간다.
새로운 음반 포맷은 극과 극의 발전 양상을 보인다. 요즘 소규모 음반점이나 서점에서는 음악가 로고가 박힌 가방을 사면 동봉된 디지털 코드를 통해 음원을 내려받을 수 있는, ‘알맹이 없는 음반’이 팔린다. 반면 오스트리아에서는 기존 LP레코드보다 용량과 음질을 30∼40% 향상한 ‘HD 바이닐’을 내년 상용화한다.
귄터 로이블 HD 바이닐 최고경영자(CEO)는 본보에 “첨단 3D 매핑과 레이저 기술로 음질과 내구성을 혁신할 수 있었다. 레코드에 있어 근 100년 만에 처음 있는 획기적 발전”이라고 자평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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