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범죄 전문가들, 셜록 홈스의 과학수사 코드를 해독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7일 03시 00분


◇셜록 홈스 과학수사 클럽/유제설 정명섭 지음/312쪽·1만7000원·와이즈맵

“찾아냈소. 찾아냈단 말이오!”

아서 코넌 도일의 ‘주홍색 연구’에서 셜록 홈스는 처음 만난 왓슨 박사에게 “피를 감별하는 시약을 발견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당시 기술로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붉은색 액체가 혈액인지 판별할 수 없었는데 해결책이 열린 것이다. ‘주홍색 연구’는 현재 수사기관에서 사용하는 ‘루미놀’ 시약이 발견되기 수십 년 전인 1887년 작품. 도일은 번뜩이는 혜안으로 과학수사의 출발점을 제시했다.

국내 최고 법과학자로 평가받는 유제설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 교수와 정명섭 작가, 소설 ‘셜록 홈스’ 번역가, 변호사 등 범죄 전문가들이 뭉쳤다. 수사 클럽의 목적은 추리소설 ‘셜록 홈스’에서 도일이 말하고자 했던 ‘과학수사 코드’를 찾아내기 위함이다.

이들은 의사이자 추리소설 작가인 도일과 그가 그린 홈스를 끊임없이 소환한다. 먼저 작품에서 지문, 혈흔, 족적 등 현재 과학수사의 핵심적인 요소가 등장하는 방식을 분석하고,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명한다. 1903년작 ‘노우드의 건축업자’에서 홈스는 지문이 악용될 가능성을 간파했다. 지문이 개인 식별 도구로 쓰이지도 않던 시기에 말이다.

과학수사의 역사를 짚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지만 소설과 현실을 넘나드는 전개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연쇄살인마 강호순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피해자의 손톱 부위를 잘라냈다. 1980년대에 5명을 죽인 김선자는 청산가리를 섞은 음료수를 범행에 사용해 육안으로 사인 파악을 어렵게 만들었다. 수사기관이 이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독자들은 증거를 바탕으로 범죄 수법을 분석하는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홈스는 단순한 탐정이 아닌 전형적인 ‘법과학자’였다. 소설 속 그의 활약은 100여 년 과학수사의 발전으로 현실화됐다. 저자는 범죄 수법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지만 “범죄 수사는 최종적으로 하나의 맥락을 향해야만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홈스의 명언을 소개한다. “모든 가능성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유일하게 남는 것이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진실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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