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한강변의 요충지인 고지에 마련된 고대산성으로 계곡을 감싸는 포곡식(包谷式)으로 이루어졌고 성벽의 축조 양식은 내외를 높게 축조해 올린 협축성(夾築城)이다.”
2. “불사리 신앙을 바탕으로 발생한 불교 특유의 조형물로서 흔히 대웅전 앞마당의 자오선상에 일탑 또는 상탑으로 배치된다.”
이 설명을 보고 과연 어떤 문화재인지 맞출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일단 정답부터 보자. 1은 경기 여주시에 있는 삼국시대 성관 파사성(사적 제251호)이고, 2는 보물 제250호인 부산 범어사 삼층석탑이다. 이 정도면 웬만한 문화재 전문가도 알아먹기 힘들다.
어디 문제가 이것뿐인가. 전국에 1만 여 건이 설치된 문화재 안내판은 그동안 오랫동안 끊임없이 원성을 들어왔다. 한자 투가 많은 데다 친절하지도 않았다. 상대적으로 전문용어가 많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외국인도 많이 찾는 21세기 현재에 걸맞은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문화재청은 대대적인 문화재 안내판 실태조사와 1차 정비 사업을 내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청와대 경내에 있는 ‘침류각(枕流閣·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03호)’의 안내판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글도 어렵고 딱히 알고 싶은 내용도 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간 끊임없이 수정을 요구해온 시민들의 목소리보단 대통령의 한 마디가 더 ‘세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물론 그간 관련 당국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문화재청은 2006년부터 문화재 안내판 가이드라인을 지방자치단체에 보급하고, 2016년에는 국립국어원과 함께 지침서를 발간하는 등 나름 노력을 펼쳐왔다. 하지만 시민들은 왜 이런 변화를 그다지 체감하지 못했을까. 어쩌면 여전히 시민의 눈높이보단 관의 시각에서 일을 진행하고 있는 건 아니었던지 곱씹어볼 대목이다.
누구 덕이건 기왕지사 대대적인 정비에 나선다고 하니 하나만 부탁드린다. 시일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꼼꼼히 고쳐나가자. 많은 전문가들은 국민이 살아있는 역사를 느낄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식 안내를 지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디지털환경을 활용하는 방법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한다. 안내판이 안내를 해야지, 혼란을 주는 촌극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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