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손이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TV의 한 오락 프로그램에 소개된 뒤부터입니다. 촬영지였던 만재도라는 섬에 거북손(사진)이 많이 자생하는 관계로 우정출연(?)을 했겠지요. 방송 제작진은 한창훈 소설가가 쓴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라는 책에 나오는 거북손을 소재로 썼던 모양입니다. 방송의 여파는 대단했습니다. 우리나라 해안가 갯바위에 여기저기 자생하던 거북손이 남획되기 시작했고 심지어 인터넷 택배로까지 팔리니 말입니다. 거북손은 성체가 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린다는데 과도하게 채취를 하면 씨가 마르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오죽하면 한창훈 씨가 자책하는 칼럼을 시사 잡지에 썼을까요? 그가 말하는 지론은 이렇습니다. ‘유명해지면 죽는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과도한 쏠림 현상을 풍자한 말이겠지요.
거북손은 자세히 보면 상당히 징그럽게 생겼습니다. 진짜 거북의 손처럼 생기기도 해서 굴이나 개불, 성게, 멍게 등과 마찬가지로 처음 먹을 때는 상당히 용기가 필요할 것 같네요.
정약전 선생은 거북손을 오봉호 혹은 보찰굴이라 하면서 패류로 여겼습니다. 그 생김새를 “오봉(다섯 개의 봉우리)이 나란히 서 있는데 바깥쪽 두 봉은 낮고 작으나 다음의 두 봉을 안고 있으며, 그 안겨져 있는 두 봉은 가장 큰 봉으로서 중봉을 안고 있다”라는 회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표현을 썼습니다. 색은 황흑이고 맛은 달다고 기록했습니다.
거북손의 명칭은 여럿 있는데 울릉도 등지에서는 흔히 보찰(寶刹)이라고도 합니다. 보찰은 불교 용어로 극락정토를 의미하지요. 거북이 헤엄을 칠 때, 거북손이 가리키는 곳이 극락정토 즉, 보찰이라 생각했던 겁니다. 해난 사고가 잦았던 바닷가 사람들이 거북손을 먹으며 망자를 위한 주술적 기원을 했다는 상상까지도 해봅니다.
스페인 특히 북서부의 갈리시아 지방에서도 많이 먹지만,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고급 식당에도 비싸게 팔려나간다고도 하니, 궁극의 맛을 추구하는 데는 동서고금이 따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거북손 맛은 어떨까요? 조개 맛도 아니고 달큰한 개불 맛도 아닙니다. 밍밍함과 짭조름의 중간, 딱히 어느 지점이라 할 수 없는 애매한 맛입니다. 버터나 블루치즈를 좀 넣거나 고수 같은 것을 넣어서 찌면 색다른 맛이 날 듯도 합니다. 사실 바닷가 사람들이 술안주 삼아 먹거나 찌개에 감칠맛을 낼 때나 넣던 것을 방송에서 벼락스타로 만드는 바람에 이젠 식당의 번듯한 메뉴로 등장했습니다.
이런 열풍 때문에 저 역시 거북손을 소개하면서도 한편으론 남획을 걱정하는 일종의 인지부조화 현상을 겪고 있네요. 관세음‘보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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