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행복하다’는 긍정의 아이콘, ‘곰돌이 푸’는 시인 앨런 알렉산더 밀른(1882∼1956)이 창조한 캐릭터다. 밀른 부부는 런던 해러즈백화점에서 곰 인형을 사서 5세 외아들 크리스토퍼 로빈에게 선물했다. 아이는 곰 인형을 ‘위니 더 푸’라고 부르며 어디든 데리고 갔다. ‘위니’는 캐나다 위니펙에서 복무하던 군인이 귀환하며 런던 동물원에 기증해 스타가 된 곰이었다. 밀른은 이스트서식스 시골 마을 하트필드의 코치퍼드 별장에서 가족과 휴식을 취하곤 했다. 애시다운 숲에서 곰 인형과 함께 노는 어린 아들의 귀여운 모습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동화책을 쓰기 시작했다. 삽화가 어니스트 하워드 셰퍼드도 하트필드를 자주 방문해 ‘마법에 걸린 장소’ ‘푸 막대기 다리’ ‘올빼미의 나무’ 등 동화 속 비밀 공간을 정확하게 구현하고 마을 지도까지 그리며 정성을 다했다.
푸 동화책은 1926년 출간 즉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밀른의 모교인 케임브리지대 펨브로크 칼리지에 ‘곰돌이 푸’ 클럽이 생기고 여왕도 가입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디즈니 만화영화로도 제작된 푸는 미키마우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캐릭터가 됐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하트필드의 울창한 삼림은 급속히 파괴돼 푸와 친구들이 놀던 나무, 다리 등 일부 흔적만 남았다.
푸의 도시형 버전은 패딩턴이다. 1956년 크리스마스이브, 런던 패딩턴 역에서 아내에게 선물할 테디 베어 인형을 고르던 마이클 본드(1926∼2017)는 동화의 소재를 떠올렸다. 마멀레이드 잼을 바른 토스트를 좋아해 모자 속에 넣고 다니는 패딩턴은 따뜻한 마음씨를 지녀 친구가 많다. 호기심 가득한 패딩턴은 사고뭉치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멋지게 넘긴다. 최근 출연한 영화가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자 더 바빠진 패딩턴은 런던 홍보대사로 맹활약 중이다.
피터 래빗도 영국의 유명 캐릭터다. 19세기 런던의 부잣집 딸로 태어나 과학과 그림에 재능을 보였던 비어트릭스 포터(1866∼1943)는 여성에 대한 차별로 고통받았다. 마흔 살 무렵, 행복한 어린 시절 추억이 많은 북부 호수지방(레이크 디스트릭트)으로 이사 가 농사를 지으며 토끼, 오리, 개구리가 주인공인 동화책을 계속 냈다. 책이 잘 팔려 막대한 인세 수입이 생기자 인근 부동산을 몽땅 사들여 난개발을 막는다. 그녀가 전 재산으로 지켜낸 절경을 보러 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동화책과 캐릭터 상품도 잘 팔리니 ‘피터 래빗’의 나비효과는 현재 진행형이다.
유아 프로그램 ‘텔레토비’는 잉글랜드 중부 워릭셔의 목초지에서 촬영돼 전 세계 아기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텔레토비 친구들이 토끼와 뛰놀던 동산은 홍수 때 범람해 연못으로 변해버렸다. ‘텔레토비’ 제작사 래그돌 프로덕션은 심리학자 융의 말을 인용해 사훈을 정했다. “동심의 세계에 접속해야 창의적인 작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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