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국 포크 가수 밥 딜런(77), 30일 래퍼 켄드릭 라마(31)의 내한공연. 이 씨는 “딜런 할배는 봐줘야 할 것 같고, 라마는 또 대세 아니냐. 안 갔다가 인스타그램 게시물 보고 ‘이불킥’ 하며 후회할까 두렵다”면서도 “그런데 거금 들여 간 공연을 진짜 즐길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고 했다.
딜런과 라마는 거의 반세기 간격을 두고 각자의 장르로 세계 대중음악의 흐름을 바꾼 거장들. 그러나 두 사람 공히 영어 가사와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하면 감상의 즐거움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갈까, 말까. 간다면 어떻게 대비할까.
○ “졸 각오도 해야…” “이번엔 대형 스크린 설치”
2010년 딜런의 첫 내한무대는 악명 높았다. 2시간 동안 거의 졸다 왔다는 후기가 넘쳐난다. 어두운 조명만이 감싼 무대에서 딜런과 밴드는 원곡의 편곡과 선율을 거의 무시한 채 그들만의 ‘예술’을 하고 갔다. 달리 특별한 무대장치도 없어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김경진 대중음악평론가는 “사전 준비 없이 간다면 차라리 안 가는 게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정규앨범만 38장, 실황과 모음집까지 합치면 100장이 훌쩍 넘을 정도로 방대한 딜런의 디스코그래피를 벼락치기 공부할 수도 없는 노릇. 김 평론가는 “프랭크 시내트라 등 우리 귀에 비교적 익숙한 미국 고전 팝을 재해석한 ‘Shadows in the Night’ ‘Fallen Angels’ 같은 근작을 최근 공연에서 많이 부른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라면서 “스티비 원더, 에릭 클랩턴 등과 함께한 30주년 기념 공연 블루레이나 DVD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을 주최하는 ‘파파스 이엔앰’의 이재일 팀장은 “딜런 측을 어렵게 설득해 이번만큼은 공연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 “예습시간 충분” “힙합 특성상 즐길 순 있어”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라마의 서울 콘서트는 1년 전 시작한 ‘Damn’ 앨범 관련 투어의 아시아 첫 공연이다. 따라서 새로운 무대 장치를 이번에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주최사 현대카드 측 관계자는 “아직 무대 세부사항을 협의 중이어서 가변적이다. 기본적으로는 녹음된 반주 대신 밴드가 연주하는 생동감 있는 음악이 라마의 랩을 받칠 것”이라고 했다.
가슴을 뛰게 하는 흥겨운 리듬이 있어 라마의 음악은 잘 몰라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초 라마가 힙합 음악가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만큼, 역시 가사와 의미를 알아두고 가는 게 훨씬 낫다. 이경준, 박준우 평론가는 “공연 전 예습시간으로 치면 ‘아직’ 정규앨범이 4장인 라마 쪽은 대비하기가 수월한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평론가는 “라마는 개인적·내면적 배경과 인종적·사회적 메시지를 절묘하게 결합한다. 인터넷에서 가사 번역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만큼 2, 3, 4집은 듣고 가는 게 좋다”고 했다. 박 평론가는 2017년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 강일권 ‘리드머’ 편집장은 2016년 그래미 어워즈 실황을 공연 전 보면 좋을 영상으로 꼽았다. 2016년 그래미에서 라마는 무대에 특설된 감옥을 배경으로 죄수로 분해 ‘The Blacker The Berry’ ‘Alright’를 폭발적 퍼포먼스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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