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시원하고 고소하고… 콩국 한모금에 더위 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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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평범한 세상에서 평범한 삶을 살다가 비범한 국수의 부름을 받는다. 콩국수. 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수많은 식당에 ‘콩국수 개시’라는 간판이 내걸린다. 하지만 진정한 콩국수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요즘은 기막히게 구수하여 심장이 콩콩 뛰고 목 넘김마저 좋은 명품 콩국수와 만날 수 있다.

콩국수 가게는 콩국수의 참맛을 한 그릇에 담아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발품과 땀방울로 헌신한다. 콩이 다 여물기도 전에 농가와 계약해 1년 치 콩을 확보하고 콩을 맛 좋게 삶아낼 방법을 모색해 나간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거치지만 포기하지 않고, 불리고 삶기를 반복하면서 풋내와 비린내가 고소함으로 반전되는 ‘킬링 포인트’를 찾아내고야 만다.

세계 어디에서 이렇게 맛있는 콩국수를 맛볼 수 있을까. 면의 다양성이나 개성을 논하자면 한국의 면 요리는 이탈리아나 중국에 비길 바 못된다. 하지만 콩국수 하나는 풍미와 식감, 영양 면에서 고유성을 인정받을 만하다. 콩이라는 단일 품종으로 고소함, 감칠맛, 은은한 단맛, 기분 좋은 쌉싸래함을 조화롭게 전한다. 게다가 맷돌로 갈아내고 차갑게 식히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크리미한 식감은 또 어떠한가.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국산 콩의 진가이다. 훌륭한 콩국수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산이 많은 척박한 땅, 변화무쌍한 기후 조건을 견디며 콩은 복합적인 아로마와 풍부한 영양으로 옹골차다. 두부를 만들어 먹고 메주나 청국장을 띄우기도 하는 백태는 콩국수의 가장 좋은 재료이다. 가끔 토종 콩인 ‘왕태’를 섞어 쓰는 곳도 있는데, 전분 함량이 높아 더욱 걸쭉한 콩 국물을 만들어낸다.

‘아람손칼국수’는 올여름 콩국수에 팥빙수를 결합한 ‘팥빙콩국수’를 창작했다. 백태를 삶아 맷돌로 걸쭉하게 갈아낸 뒤 얼음을 동동 띄웠다. 콩국의 중심에는 멋들어지게 삶은 통팥을 올려낸다. 팥의 당도는 낮추고 콩국물에 연유를 뿌려 앙숙일 것 같은 두 재료를 끌어안도록 했다.

‘베테랑’은 칼국수가 좌청룡이라면 콩국수는 우백호다. 미세하게 갈아낸 콩국은 얼음을 섞어 초고속으로 휘저으면서 기포를 삽입하니 보디감이 그만이다. 한입 후루룩 빨아 넣으면 입술에 구름 자욱이 남을 것이다. 크림파스타를 능가하는 부드럽고 낭만적인 콩국수다.

‘심가네칼국수’는 진실한 콩국수이다. 별다른 기교 없이 콩의 순박함에 집중했다. 특히 직접 빚는 고기만두를 곁들일 때 맛있고 든든하다. 단언컨대 콩국수에 관한 그들의 성공은 아침이면 어김없이 생면을 뽑는 성실함과도 인과관계가 있을 것이다.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 아람손칼국수: 경기 김포시 봉화로167번길 6-9. 팥빙콩국수 8000원, 콩들깨칼국수 7000원.

○ 베테랑: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176 센트럴시티. 콩국수 9000원, 칼국수 7000원.

○ 심가네칼국수: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520. 콩국수 8000원, 손만두 7000원.
#콩국#콩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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