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가 많고 외관이 번듯한 교회는 목회자 대부분의 꿈이다. 하지만 ‘흩어져야 산다’며 신자들의 이웃교회 출석을 권유하는 이가 있다. 만나교회(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김병삼 목사(54)가 그렇다.
교회는 올해 4월부터 토요예배를 시작했다. 주일(일요일)에는 이웃의 작은 교회에 출석하는 등 다른 활동에 참여하라는 취지다. 신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주고 주변 교회와 상생하려는 시도다. 최근 ‘치열한 도전’(두란노서원·1만4000원)을 출간한 김 목사를 20일 교회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 책은 신자들이 교회 담장 밖으로 흩어져야 하는 이유를 풍부한 사례와 신학적 성찰 속에서 다뤘다.
―‘치열한 복음’ ‘치열한 순종’에 이어 세 번째로 나온 치열한 책이다.(웃음) 왜 이렇게 치열해야 하나.
“사람이 올바르게 변하는 게 쉽지 않다. 자신을 지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치열하게 살아도 쉽지 않다. 다른 목회자들이 무너지는 걸 보면 스캔들 나기 전에 그만두는 게 길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예정된(?) 스캔들이 있나.
“그런 것은 아니고.(웃음) 돈과 여성 문제가 목회자를 무너뜨리기 쉽다. 나도 한때 근거 없는 블랙 메일에 시달렸고 심지어 스토커도 있었다. 그래서 사생활이 없다고 생각하며 모든 내용을 신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토요예배는 교계의 큰 관심사다.
“우선 교인들이 좋아한다. 600∼1000여 명이 참석한다. 토요예배에서는 찬양, 기도, 설교 등에서 예배 같은 예배가 여유 있게 이뤄진다. 주일에는 작은 교회와 이주민 교회에 가는 분들도 적지 않다. 흩어지는 교회를 위해 교회 분립을 생각했는데 주변 반대가 많아 어려웠다. 토요예배가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는 책 제목처럼 ‘치열한 목회자’로 살아왔다. 교회를 개척한 부친 김우영 목사(2005년 소천)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교수직을 맡으려던 그가 2004년 교회를 맡게 됐다. 세습 논란도 불거졌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래디컬(급진적)’하게 교회를 바꾸었다. 흡연자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교회 시설을 개방했다. 카페, 대안유치원이 생기고 비정부기구(NGO)인 월드휴먼브리지가 설립됐다. 재적기준으로 1만명이던 신자는 지금 약 5만명에 이른다.
―갈등은 없었나.
“갈등 없이 가는 게 어려웠다. 어느 순간 장로님들 보면서 ‘나도 힘들었지만 저분들은 더 힘들었겠다’는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 세습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신앙의 정통성이라는 면에서 된다, 안 된다라는 양극단만으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공황장애 등 개인적 어려움도 있었다.
“여러 활동을 벌이면서 교회를 통해 모이는 부흥을 꿈꿨다. 하지만 공황장애로 설교할 수 없게 되고 구급차에 실려 가면서 나중에 하나님이 내게 뭘 물을까 생각했다. ‘너 뭐 하다 왔냐? 큰 교회 목사 하다 왔냐?’ 이게 아니라는 게 당연한 결론이었다. 하나님의 질문은 What(무엇)이 아니라 Why(왜)일 것이다.”
―어떤 교회가 좋은 교회인가.
“예수 믿지 않는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것이 교회의 참모습이다. 그런 평이 좋을 때 교회는 부흥하고, 반대일 때는 버림을 받았다. 지금 교회가 부자처럼 보인다면 제대로 부흥한 게 아니다.”
―교회, 신자들이 배타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꼰대’가 된 것이다. 한때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이들의 부정적 행태다. 그래서 예수 믿는 사람은 더 매너가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한다.”
―어떤 목회자로 기억되고 싶은가.
“죽었을 때 교인들이 ‘우리 목사님!’ 그 한마디만 해주면 좋겠다.”
―흩어지겠다는데 신자들이 늘고 있다.
“오래가지 않는다. 담임목사가 욕심을 버리면 흩어지는 교회가 이뤄진다. 담임목사는 리더로 남고, 부목사가 많은 부분들을 해나가면 된다. 앞으로 교회는 담장을 넘어 어떻게 잘 흩어질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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