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을 두 시간 만에 ‘뚝딱’? 귀로 읽는 책 오디오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6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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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 씨(32)는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오디오북’을 듣는다. 라디오, 팟캐스트의 시사 프로그램은 상식 넓히기엔 좋지만 지식이 쌓이는 느낌은 없어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으로 바꾼 것. A 씨는 “책 한 권을 두 시간 만에 ‘뚝딱’ 읽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주부 B 씨(38)는 얼마 전부터 인공지능(AI) 스피커로 오디오북을 듣는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집안일을 하며 책을 읽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 B 씨는 “성우의 박진감 넘치는 목소리와 쿵, 쾅 같은 배경음이 생생해 더 실감난다”고 말했다.

‘귀로 읽는 책’ 오디오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 운동과 여가 시간에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리하게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어 이용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음성인식 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피커와 차량도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음성 콘텐츠 수요가 확장돼 기업들도 앞다퉈 오디오북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26일 국내 최대 오디오북 제작·유통업체 오디언소리(서비스명 오디언)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현재 오디오북 유료이용 회원 수는 35만1428명으로 전년 동기(7만4552명) 대비 377% 수직상승했다. 오디오소리는 2006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1만 권 이상의 오디오북을 보유하고 있다. 구글, 네이버에서도 서비스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서다. 미국 오디오 북 협회(APA)는 올해 4월 오디오북을 써 본 18세 이상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오디오북을 왜 듣는지’ 온라인 설문을 했다. 설문 결과는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서’라는 응답이 81%(중복응답)로 가장 많았고, ‘어디서든 읽을 수 있어서(80%)’, ‘휴대가 간편해서’(75%) 등이 뒤를 이었다. 이용자들은 출퇴근 시간에 차(65%)에서 가장 많이 들었으며, 잠들기 직전(52%), 집안일을 하면서(45%) 듣기도 했다.

오디오북 한 권을 제작하는 데는 꽤나 많은 품이 든다. 작가 1명, PD 1명, 사운드디자이너 1명, 성우 1명 등 최소 4명이 필요하다. 작업 기간도 최소 석 달이다. 평균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만 700만~800만 원. 이렇게 만들어진 오디오북은 작품별로 구매 시 6000원 정도이며 정기결제권(한 달 8900원가량)을 사서 무제한으로 읽을 수도 있다.

시간이 갈수록 오디오북은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성우가 책 한 권을 몽땅 낭독하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팬심’을 자극해 판매를 독려하고자 책을 쓴 작가 본인이나 텍스트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10대들을 타깃으로 삼아 연예인을 섭외하기도 한다. 또 문맥에 맞는 배경음악(BGM)을 넣고, 감정을 담아 목소리 연기를 하도록 하는 등 종이책에선 느낄 수 없는 박진감과 현장감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련의 텍스트 묘사를 음성으로 대체하면 읽어야 할 책 분량 자체가 줄어들어 한 권 읽는 데 2시간이면 된다.

오디오북에 손을 뻗는 기업도 늘었다. AI 스피커, 커넥티드카(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의 등장으로 음성 기술과 콘텐츠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구글은 ‘구글플레이 오디오북’을, 4월에는 인플루엔셜이란 중소기업이 ‘윌라’를 내놨다. 네이버는 이달 중 오디오북 베타서비스를 공개한다.

국내에서는 오디오북이 이제 태동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이미 종이책 시장의 6.6%(APA 조사)에 달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미국 오디오북 매출은 2017년 현재 25억 달러(약 2조8250억 원) 규모로, 2013년(13억 달러) 대비 2배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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