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늘어난 1인2역 드라마… 눈길 끌거나 식상하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윤시윤의 ‘친애하는 판사님께’ 등 올해에만 벌써 6편 선보여
윤리적 고민 등 소재 다양해져… 김명민-이미숙의 두 역할 호평
판타지적 요소 짙어 억지 느낌도

식상할 수도 있는 1인 2역 소재는 한국 드라마 안에서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서 윤시윤은 쌍둥이 형제인 전과 5범 깡패와 판사를 연기했다. SBS 제공
식상할 수도 있는 1인 2역 소재는 한국 드라마 안에서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서 윤시윤은 쌍둥이 형제인 전과 5범 깡패와 판사를 연기했다. SBS 제공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부터 이병헌 주연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영화나 연극에서 1인 2역은 끊임없이 변주돼 온 형식이다. 최근 국내 드라마에서도 ‘1인 2역’ 열풍이 불고 있다. 올해만 벌써 배우가 1인 2역으로 등장한 작품이 6편이나 된다. 그들은 차별화에 성공했을까, 또 한번 뻔한 식상함으로 시청자들을 실망시켰을까.

우선 1인 2역 작품의 소재와 형식이 다양화하고 진화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달 25일 첫 방영을 한 SBS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서 배우 윤시윤은 쌍둥이 형제인 판사와 전과 5범을 연기한다. 형의 부재로 얼떨결에 판사가 된 전과자 한강호는 틀을 깨는 ‘사이다’ 판결로 통쾌함을 선사한다. 제작진은 “식상한 쌍둥이 소재를 어떻게 활용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며 “엘리트 교육을 받지 않은 인물이 판결을 내릴 때 서민이 더 공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4, 5월에 방영했던 KBS2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은 판타지적 요소인 ‘빙의’라는 소재를 사용했다. ‘연기 본좌’라 불리는 김명민이 1인 2역을 맡아 성공만 바라보는 냉혈한과 인간미 넘치는 중국집 사장을 자연스레 넘나들었다. 7월에 종영한 SBS ‘기름진 멜로’에선 연기파 중년 배우 이미숙이 재벌집 사모님을 연기하면서도 길거리 의문의 여성 역할도 선보여 재미를 더했다.

식상할 수도 있는 1인 2역 소재는 한국 드라마 안에서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KBS ‘너도 인간이니?’에서 서강준은 인간과 로봇을 함께 연기했다. KBS 제공
식상할 수도 있는 1인 2역 소재는 한국 드라마 안에서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KBS ‘너도 인간이니?’에서 서강준은 인간과 로봇을 함께 연기했다. KBS 제공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극적 효과의 극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1인 2역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자칫 느슨할 수 있는 드라마의 서사에 1인 2역이 주는 긴장감과 상상력이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얘기다. 한 드라마 PD 역시 “1인 2역은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쉬운 장치”라고 인정했다.

배우로서도 1인 2역은 탐나는 역할이다.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외모 변화로 이미지를 바꾸고, 작은 말투나 몸짓의 차별화로 연기력도 증명한다. 착한 이미지가 강하던 윤시윤은 ‘친애하는…’에서 껄렁껄렁한 깡패 역할을 거부감 없이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7일 종영한 KBS2 ‘너도 인간이니?’에서 서강준 역시 인간과 로봇을 넘나드는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1인 2역을 연기하는 배우에겐 금전적 보상도 상당하다. 윤시윤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출연료가 2배까진 아니지만 섭섭지 않게 받았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극 중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당연히 개런티에 ‘플러스알파’가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1인 2역은 대체로 판타지적 요소가 짙어 억지스럽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배우는 돋보일지언정 극의 개연성은 떨어지는 경우가 잦다. 점 하나 찍었다고 아무도 몰라보는 ‘아내의 유혹’ 수준이 반복돼선 곤란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빈약한 개연성을 무마하기 위해 유머 코드가 과도하게 삽입되는 경우가 많은 점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1인 2역#친애하는 판사님께#너도 인간이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