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가 초콜릿을 즐겨 먹었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휘자 아르농쿠르의 말대로 ‘모차르트 초콜릿’이 음악을 덮어 버리면 안 됩니다. 현 세대의 위험한 점은 스타와 이벤트만 강조된다는 것이죠.”
4일 오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트슈필하우스에서 만난 헬가 라블슈타들러 잘츠부르크 축제 총감독(70)의 말투는 차분하지만 단호했다. 잘츠부르크가 고향인 모차르트를 상업적으로만 이용하는 것을 경계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올해로 98년을 맞은 잘츠부르크 여름축제는 지난달 20일 개막해 18개 연주회장에서 총 206회 공연이 30일까지 계속된다. 8개의 오페라 중 5개가 새 연출로 제작됐다. 그중에서도 5일 초연된 차이콥스키 ‘스페이드의 여왕’은 슈트라우스 ‘살로메’와 함께 이번 축제 최고의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75세의 나이에 현역인 메조소프라노 하나 슈바르츠가 노래한 백작부인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77세의 거장 한스 노이엔펠스가 연출한 사실적이고 초현실적인 무대와 의상 또한 압권이었다.
반면 4일 막을 올린 모차르트 ‘마술피리’는 커튼콜 박수 전에 야유가 먼저 터져 나왔다. 원작을 변경해 연극배우 클라우스 브란다우어가 3명의 어린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형식을 취한 ‘마술피리’는 판타지를 구현하려 했지만 산만했다. 뤼디아 슈타이어의 무대는 볼거리는 많았지만 모차르트가 삶의 종착역에서 인류에게 호소하는 위대한 메시지는 동화에 묻혔다. 1913년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시대 설정과 화려한 카니발과의 연관성은 의문부호로 남았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높은 성악가인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와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출연한 3일 후고 볼프의 ‘이탈리아 가곡집’ 공연은 큰 화제였다. 마치 오페라 연기를 하듯 ‘사랑싸움’을 하는 두 가수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이달 5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축제에서 첫선을 보인 차이콥스키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 2막 1장 피날레에서 예카테리나 여제가 무도회장을 방문하는 장면. 이날 지휘한 마리스 얀손스가 음악 역사상 10대 오페라 가운데 하나라고 극찬한 ‘스페이드의 여왕’은 사실적이고 초현실적인 무대와 의상으로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잘츠부르크 음악축제 사무국 제공오스트리아의 저널리스트이자 유력 여성 정치인이었던 라블슈타들러 총감독은 1995년 이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축제 수장으로 임명돼 2020년까지 계약이 연장됐다. 우리나라 국공립공연장의 대표가 임명권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능력에 상관없이 2년 임기도 채우지 못하는 현실과는 비교됐다.
“축제는 큰 도시가 아니라 작은 도시에서 열려야 합니다. 서울 파리 런던에서 아무리 좋은 공연을 해도 변화를 가져오진 않습니다. 그러나 잘츠부르크에서는 도시 전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여름휴가 기간에 관객들은 잘츠부르크에서 평균 6일을 머무르며 오페라와 콘서트를 집중 관람하지요.”
순수예술이 어디나 그렇듯 잘츠부르크 축제도 적자다. “총 6100만 유로(약 800억 원)의 예산 가운데 절반이 티켓 판매로 충당됩니다. 나머지는 기업과 개인 후원, 국가의 지원으로 보충합니다.” 그러나 연간 1억8300만 유로(약 2400억 원)를 훌쩍 넘기는 경제 유발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2434개의 일자리 창출은 성공한 축제가 국가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 단적으로 알게 해준다.
7일 저녁에 찾은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의 인스브루크에서도 올해 42주년을 맞은 인스브루크 고음악 페스티벌이 펼쳐졌다. 알프스산맥의 풍광을 배경으로 250년 전의 악기와 창법을 고수한 고음악 축제는 연일 매진 사례다. 과거 합스부르크 제국의 막강한 군사력으로 유럽을 호령했던 오스트리아는 현재 음악의 힘으로 전 세계 애호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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