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직면할 정도로 가난한 학창 시절을 보내야 했다. 일제강점기에 대학을 다닐 때는 학도병 징집을 피해 기적같이 살아남았고, 6·25전쟁 중 월남해 6남매를 포함한 10명의 가족을 돌봐야 했다. 행복과는 거리가 먼 인생처럼 보이지만 이 같은 삶을 산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98)는 “고맙습니다.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올해 세는나이로 백수(白壽)를 맞은 저자가 행복의 본질에 관해 풀어놓은 에세이다. 100년 가까운 삶에서 행복을 먼저 느껴본 인생 선배가 후배들에게 행복을 예습시켜 준다.
저자는 흐려진 연못 속에서 홀로 깨끗해질 수 없듯이 우리나라가 행복 친화적인 사회로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공해야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이야말로 성공한 것’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 독서와 사색, 정신적 휴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하는 기쁨’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연세대 철학과에서 정년을 마친 뒤 수필가, 강연자 등으로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삶의 방관자에 불과하다며 행복과 일의 높은 상관관계에 주목한다.
“돈을 목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행복의 초보인 3분의 1쯤 된다. 돈보다는 일을 즐기고, 보람을 찾는 사람은 3분의 2쯤, 일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깨닫는 사람은 행복의 100을 찾게 된다.”
행복은 주어지거나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행복이 함께했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사랑의 척도가 그대로 행복의 기준이 되곤 했다. 그래서 행복을 염원하는 사람에게 ‘나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사랑을 나누십시오’라는 인사를 드리면서 붓을 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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