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증을…’은 묵직하다. 쉽사리 평을 내놓기 어렵다. 소설가이자 출판평론가인 저자는 1954년생. 환갑이 넘어 내놓은 자전적 에세이에 평생 사투를 벌인 삶의 여정을 담았다. 그 대상은 바로 ‘우울증’이다.
솔직히 정신질환을 두고 싸웠단 표현을 쓰는 게 과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터. 저자 역시 그런 시선을 잘 안다. 특히나 그처럼 집안이 유복하면 “배부른 푸념”으로 여겨지는 것도 익숙하다. 하지만 끊임없이 찾아오는 불안, 그리고 극단으로 치닫는 충동. 저자에게 삶이란 지옥 같은 고통이었음을 털어놓는다.
“우울증은 전 세계 3억5000만 명의 사람들을 괴롭히는 지구촌 전체의 문제이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1600만 명이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겪었고 2014년에는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망자 수가 4만 명을 넘었다. 그런데도 아무도 이 슬픔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길 원치 않는 듯하다.”
‘나의 우울증을…’은 모두보단 누군가를 위한 글이다. 어차피 겪어보지 못한 이에겐 신세 한탄으로 들릴 확률이 높다. 하지만 같은 아픔을 겪거나 마음의 상처가 짙은 이에겐 위안이 되리니. “내 우울증에 대해 승리를 선포하지는 못하지만 밀쳐내고 피하며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으며, 우울증의 반대는 상상도 못 할 행복이 아닌 대체적인 자족감”이라며 서로를 다독인다. 다소 현란하긴 하나, 새겨둘 만한 값진 문장이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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