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서유미 소설가(43)는 신작 소설집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창비·1만3000원)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처럼 대답했다. 그에 따르면 삶이란 ‘평범해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수많은 표정이 지나가는 하루들’이다. 서 작가는 “인간을 가장 잘 드러내는 그런 표정들을 포착해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딱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려워요. 누구나 살면서 느끼고 생각하고 아는 것인데, 희망도 좌절도 긍정도 부정도 아니죠. 그렇게 흘러 지나가는 생의 순간들을 담고자 했습니다.”
2007년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등단한 서 소설가는 백화점이란 공간을 배경으로 자본주의 시스템과 욕망, 그 안에서 점차 마모돼 가는 인간을 비판했다. 그는 “요즘은 세상 돌아가는 ‘판’보다 개인에 더 집중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는 건 원래 고달프고 그러다가 마음 맞는 사람과 잠깐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무언가 부족한데, 그것만 채워지면, 재밌는 인생이 펼쳐질 거야. 그게 돈 애인 취업인지도 몰라’라고 생각하죠. 근데 인생을 지나면서 알게 돼요. 내가 더 멋있는 사람을 만나야 내 인생이 행복해지는 게 아니구나. 인생 자체는 매우 지루하고 지난하고 약간 고달픈 것이구나. 각자 주어진 삶 속에서 조금 즐거워 보려고 애쓰는 것이고, 뜻하지 않게 그 모든 걸 보상 받는 기쁨을 느낄 때도 있는 거구나….”
공교롭게도 이번 소설집엔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주인공들이 화자로 등장한다. 높은 월세를 걱정하는 아르바이트생, 결혼했지만 아이는 없는 부부의 권태, 딸이 아이를 낳는 걸 지켜보는 엄마 등이다. 함께 수록하려다 막판에 제외한 두 개 작품은 각각 죽음을 맞는 노인, 결혼을 준비하는 연인이 주인공이었다고 한다. 작가는 “최근 몇 년 동안 삶의 다양한 구간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현실을 넘어서는, 상상력이 더 가미되는 얘기도 써 볼 생각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설을 쓰는 건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소수일지라도 그들에게서 ‘이 작가가 무엇을 내든 나는 믿고 볼 수 있어’라는 얘길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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