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22일 열린 ‘콘텐츠인사이트’ 세미나에서 인기 예능 프로그램 PD들이 제작 노하우를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채널A ‘하트시그널’을 연출한 이진민 PD.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플랫폼도 늘고 콘텐츠도 늘었다.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무언가 새롭지 않으면 도태되기 마련. 하지만 예능 PD들은 “새로움이 전부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22일 열린 ‘콘텐츠인사이트’ 세미나에서 국내 간판 예능 PD들이 제작과 관련된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채널A ‘하트시그널’의 이진민 PD(42)는 “독창적인 게 좋다는 인식은 예능 PD에 대한 오해 중 하나”라며 “내 아이디어가 새로워도 대중적이지 않으면 회사의 승인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MBC ‘나 혼자 산다’를 연출하는 황지영 PD(39)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익숙함에 내 아이디어가 ‘조금’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SBS ‘런닝맨’의 정철민 PD(35)는 “(제작에) 광고 수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만든 예능 프로그램의 생존 비법은 무엇일까.
서울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22일 열린 ‘콘텐츠인사이트’ 세미나에서 인기 예능 프로그램 PD들이 제작 노하우를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MBC ‘나 혼자 산다’를 연출한 황지영 PD.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황 PD는 ‘나 혼자 산다’ 폐지설이 돌던 2016년 메인 PD가 됐다. 그는 “새 프로그램보다 죽은 프로그램을 다시 살리는 게 더 힘들다. 시청자의 흥미를 끌기 위한 ‘이슈메이커’가 필요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나 혼자…’는 시청층이 남성 위주로 협소하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출연진이 대다수였다. 다니엘 헤니를 섭외한 것은 여성 시청자를 공략하는 동시에 주목도를 높이자는 판단에 따른 선택이었다. 관찰 영상 비중을 줄이고 스튜디오 토크도 늘렸다. “서로 친하지 않으면 웃기지 못한다”며 출연진을 묶어 에피소드를 만들기도 했다. ‘나 혼자…’는 지난해 12월 MBC 연예대상 8관왕을 거머쥐었다.
“멤버들이 친해지며 ‘케미’가 생기니 프로그램 분위기가 확 살았어요. 물론 전현무 씨와 한혜진 씨는 산을 타라고 했는데 ‘썸’을 탔지만요.(웃음)”(황 PD)
관찰, 짝짓기 예능의 물결 속에서 이진민 PD는 ‘하트시그널’을 통해 ‘썸’의 디테일을 살릴 방안을 고민했다. 그는 “일반인 출연자로부터 리얼리티를 이끌어 내려면 판을 제대로 짜는 게 중요했다”며 “카메라, 동선 등을 완벽하게 준비해 촬영 중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했다”고 했다.
서울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22일 열린 ‘콘텐츠인사이트’ 세미나에서 인기 예능 프로그램 PD들이 제작 노하우를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SBS ‘런닝맨’을 연출한 정철민 PD.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감정의 흐름을 담는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진 신체 부위만 촬영하는 카메라를 수십 대 뒀을 정도. 이 PD는 “식사를 하던 출연진의 발 움직임을 포착한 장면이 ‘연출 아니냐’는 오해가 있었다”며 “‘하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사전에 다리만 찍는 카메라를 투입한 결과”라고 했다.
2016년부터 ‘런닝맨’을 연출한 정 PD는 “런닝맨 고유의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움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는 “꼴찌 출연자가 벌칙을 수행하기 위해 해외로 가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도입했고, 양세찬 전소민 씨를 합류시키는 등 변화를 준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소통에도 힘썼다. 정 PD는 “메인 PD의 가장 큰 역할은 연기자, 스태프와 긴밀하게 의견을 나누고 교감하는 것”이라며 “멤버들과 수시로 만나고 유재석 씨와 새벽에 3시간씩 통화하며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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