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연 씨(32)는 최근 인터넷서점 예스24의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시인 부문 1위로 선정됐다. 3일 만난 그에게 소감을 묻자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겸손한 모습이지만 그는 3년 전 첫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창비·8000원)를 펴냈을 때 “한 손에는 미학, 한 손에는 깊이를 포획했다”(시인 이원)는 호평을 받았고 이듬해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주목 받은 시인이다.
‘뜨는 학과’라는 권유로 중문과에 들어갔지만 꿈꿨던 ‘휘황찬란한 대학생활’과는 달랐다. 일찌감치 취업 준비를 하는 학생이 대부분이어서 학교 분위기는 차분했다. 활발하고 호기심 많았던 그는 ‘바깥 생활’에 나섰다. 결혼식장에서 웨딩드레스를 잡아주는 도우미를 하고 주차 도장을 찍어주는 아르바이트도 했다. 글쓰기대회 공고가 뜨면 가릴 것 없이 응모했고 숱하게 상금을 탔다. 차곡차곡 모은 돈을 여행용 통장에 쌓았고 방학 때마다 여행을 떠났다.
여행은 독서를 통해 느낀 것을 몸으로 확인한 체험이었다. 책 읽는 걸 좋아했던 그는 자신이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너무나 많은 인간과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배웠다. 시인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습작의 나날들을 보냈다. “떨어진 작품만 모아서 시집을 묶고 제목을 ‘최종심’으로 해라”라고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3년가량 최종심에서 떨어지기만 하던 그는 마침내 등단 소식을 들었을 때 수화기를 든 채 오래 울었다.
이 시대 문학의 위치를 묻자 그는 “자기 표현의 ‘도구’로 문학을 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스스로를 내보이는 세상에서, 문학 역시 이전 세기에 맡았던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역할보다는 개인을 표현하는 형식으로 쓰인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는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책으로 들여다봄으로써 시야를 넓히고 삶을 확장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문학이 이렇듯 더 나은 인생을 향해 발을 딛게 하는 징검다리가 돼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시편처럼 ‘내정된 실패의 세계 속에…걷고 또 걸어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노래할 입이 있고/문을 그릴 수 있는 손이 있’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시 ‘기타는 총, 노래는 총알’) 문학에 대한 그의 믿음처럼 안 씨는 자신의 시가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끌어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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