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나무 의자 위에 놓인 다리. 앉은 모습이 안락하고 편해 보여야 하는데, 한쪽 발은 맨발, 다른 쪽 발은 구두를 신고 있어 어디론가 떠날 듯, 떠나지 않을 듯 불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설치 작품은 2018광주비엔날레에 공개된 카데르 아티아(48)의 ‘이동하는 경계들’이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광주비엔날레가 ‘상상된 경계들’을 주제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비엔날레관 등 광주 일대 곳곳에서 7일 공식 개막한다. 하루 앞서 6일 미리 본 광주비엔날레에서는 난민 이슈가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경에 대한 의문을 다양한 각도로 제기한 작품이 많았다. 어디에 있어도 정착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정서를 표현한 아티아의 작품은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기획 의도를 한눈에 보여주는 듯했다.
광주비엔날레는 올해 다수 큐레이터제를 도입해 여러 전문가가 7개 섹션으로 전시를 나누어 구성했다. 클라라 킴 테이트모던 수석큐레이터는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을 주로 다룬 ‘상상된 국가들·모던 유토피아’를, 이완 쿤 홍콩대 교수와 정연심 홍익대 교수는 ‘지진: 충돌하는 경계들’을 맡는 식이다.
최근 이슈가 충실하게 반영된 전시관을 보고 싶다면 그리티야 가위웡 태국 짐 톰슨 아트센터 큐레이터의 섹션 ‘경계라는 환영을 마주하며’와 이완 쿤, 정연심 교수의 ‘지진’을 추천한다. 커미션 작업을 위해 광주에 대해 많은 조사를 한 만큼 충실한 작업이 돋보이는 아티아의 설치 작품과 벨기에 작가 프랑시스 알리스의 최근작도 만날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LA)카운티미술관 큐레이터인 크리스틴 김, 리타 곤살레스의 ‘종말들: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참여정치’는 온라인을 소재로,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작가의 작품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완성도보다는 젊은 세대들의 시각 언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광주비엔날레에 종종 제기됐던 ‘대중성 부족’ 문제는 올해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난민이나 경계의 이슈가 국내에서도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올랐지만 국내 관객이 쉽게 공감할 만큼 크게 부각됐다고 보기는 이른 단계이기 때문이다. 여러 큐레이터가 각자 주제로 전시를 선보여 전체 이미지를 한눈에 그려 보기도 쉽지 않다.
현대 예술에 낯선 관객이라면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가 큐레이팅한 ‘북한미술: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패러독스’가 가장 쉽고 재미있는 즐길 거리가 될 듯하다. 사실적인 표현을 동양화 기법으로 그린 것이 특징인 북한의 ‘조선화’ 22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그림들은 북한 도시 일상의 풍경이나 노동 현장을 그렸다. 문 교수는 “대부분 여러 사람이 그리는 ‘집체화’인 조선화는 고난의 행군 시기를 이기기 위해 ‘언제나 웃으라’고 강조한 국가 기조에 따라 노동 현장에도 웃는 모습을 그린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만석 독립큐레이터 겸 공간 힘 아키비스트가 기획한 ‘집결지와 비장소’는 지역성 문제를 인식한 듯 지역 이슈와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응노의 군상부터 민중미술 작가 강연균의 ‘만장’ 프로젝트 등 강렬한 작품이 공간을 압도한다. 11월 11일까지. 1만∼1만4000원. 가족입장권(4인 기준) 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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