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삼광사는 3다(三多)의 사찰이다. 신도, 기도와 염불, 축제다. 등록 신도 38만 명으로 단일 사찰로는 신도 수가 가장 많다. 부산진구 초읍천로 가파른 언덕에 있는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재가불자(출가하지 않은 불교 신도)들의 연중 끊이지 않는 기도와 염불에 놀란다. 마지막으로 축제는 이 사찰의 새로운 전통이다. 4, 5월에 열리는 연등 행사에 이어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국화 축제로 장관을 이룬다. 5만여 개의 오색등이 빛나는 삼광사 연등은 미국 CNN이 2012년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곳 50선’에 꼽히기도 했다. 11일 주지 세운 스님을 만났다. 》
―‘세계음식과 함께하는 연꽃문화제’가 8일 끝났다.
“2017년 초 주지로 부임하니 세계의 삼광사가 돼 있더라. 특히 외국인이 많이 찾는다. 삼광사에 오면 한 해 7, 8개월간 축제를 만날 수 있다. 사찰은 종교적 역할뿐 아니라 문화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음식문화축제도 열렸는데….
“미니 음악회와 7개국 다문화가족 2000여 명이 참여하는 음식축제가 있었다. 자국의 음식을 만들어 소개하고 체험하는 행사였다. 먹거리를 통해 서로를 알아 간다는 큰 의미가 있다.”
―다문화 행사의 의미는….
“대한민국은 더 이상 백의민족이 아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문화적, 정신적 차이를 넘어 공생하는 게 큰 과제다. ‘베트남 빌리지’라는 쉼터 공간을 마련했는데 1개월에 한 번 법회를 하면 영남지역에서 1000명씩 모인다.”
―세계는 한 송이 꽃, 세계일화(世界一花)라는 의미인가.
“그것은 한중일 불교 교류에서 오랫동안 나온 표현이다. 불교 사상적인 면에서는 ‘동체대비’(同體大悲·천지중생이 나와 한몸이라는 것을 알고 자비심을 일으킴)가 더 적합하다. 머리로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뼛속으로부터 생각이 우러나오도록 다져야 한다.”
세운 스님의 말은 열정적이고 명쾌했다. 때로 자문자답을 하며 부족한 설명을 보탰다. 동체대비에 대해서도 ‘이게 왜 안 될까’라며 “이유는 딱 하나다. 수행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생은 자기 생각만큼만 받아들인다. 3000배든 경전 독송이든 마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체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지로 살아보니 어떤가.
“상머슴처럼 살겠다고 결심했다. 나부터 머슴처럼 살아야 불교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면….
“과거처럼 신심이 ‘활발발(活潑潑)’하게 살아나야 한다. 스님이나 재가불자 모두 마찬가지다. 삼광사 신도들에게 술 마시고 와서도 기도하라고 한다. 술 취해 식구들 괴롭히지 말고 절에 와 한두 시간 기둥에 기대어 자다 깨서 기도하면 된다. 삼광사가 도심에 있고 24시간 개방하는 이유다.”
―오랫동안 도심 포교에 힘써 왔는데….
“불교는 수행을 통해 자신을 바꾸는 종교이지 남을 바꾸는 종교가 아니다. 출가자 중심의 산중 사암(寺庵)으로는 불교와 나라 발전도 없다는 게 상월 원각 대조사(1911∼1974)의 가르침이다. 시도 때도 없이 참배하고 좌선하면서 부처님 가르침이 생활에 녹아들어야 한다. 부처님은 내가 나를 바꾸는 법을 알려주셨지만 직접 바꿔 주는 분이 아니다.”
―최근 불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스님들만으로 구성된 조계종 중앙종회(국회격)와 달리 천태종 종의원의 경우 33명 중 12명이 재가불자다. 천태종은 종단이나 사찰 단위에서 사찰 관리, 운영, 포교, 전법 등에서 승속(僧俗)이 함께하는데 이게 대중불교다.”
―좋아하는 경전 구절은….
“‘게으른 자여 성불(成佛)을 바라는가’. 상월 대조사의 말씀이다. 학생, 직장인, 사업가 등 모두에게 바꿔 쓸 수 있다. 또 ‘세상에 내 것은 없다’. 사용하다 버리고 갈 뿐이라는 말도 있다. 80년 동안 먹이고 키운 육신도 순식간에 사라지는데 명예와 부를 어떻게 가져가겠느냐. 가져가는 것은 업(業)밖에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