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7일 런던 현지 시간 오후 5시(한국 시간 18일 오전 1시)에 필자를 포함한 전 세계 많은 패션 팬들은 버버리의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에 모든 이목을 집중하고 있었다.
17년 만에 버버리 하우스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리카르도 티시로 바뀐 후 처음 선보이는 데뷔 컬렉션을 라이브로 공개하는 순간이었다. 리카르도 티시의 재능이 버버리를 어떻게 변화시킬까도 궁금했지만, 더 기다렸던 건 컬렉션이 끝난 직후 24시간 동안만 판매한다는 ‘한정판 에디션’이었다.
현장직구 시스템의 진화된 버전 ‘드롭 시스템’
버버리는 이번 2019 봄여름 컬렉션부터 새롭게 ‘드롭 시스템’을 선보였다. 드롭 시스템은 슈프림, 팔라스 등 스트리트 브랜드가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상품 전체가 당일 일괄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발매되는 방식이다. 몇 년 전, 버버리가 처음 선보였던 쇼 피스를 바로 구매할 수 있는 현장 직구 시스템, 즉 ‘시 나우 바이 나우(See-now Buy-now)’의 진화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리카르도 티시는 13일 새벽,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프라이즈로 드롭시리즈 발매 시작을 알렸다. 그가 착용한 TB모노그램 로고 티셔츠는 24시간 동안 인스타그램과 위챗을 통해서만 판매됐다. 이날 리애나, 릴리 제임스, 맷 스미스, 위너 이승훈 등 전 세계 셀러브리티들이 인스타그램에 티셔츠 인증샷을 업로드했다.
18일 새벽 드디어 컬렉션 직후 한정판이 24시간 동안 공개됐다. 인스타그램과 위챗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8일 로이터통신은 유일한 오프라인 한정 판매처인 버버리의 런던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는 리전트 스트리트에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도했다.
오프라인에서는 오직 런던에서만, 엄청난 인파 속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제품을 사야 하지만 전 세계 동일한 시간에 라이브로 쇼를 보고 클릭 하나로 구매가 가능하니 럭셔리 브랜드로서는 파격적이고 현대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리카르도 티시의 버버리 데뷔 컬렉션 쇼 ‘킹덤’
어두웠던 천장이 열리면서 빛이 쏟아지자 버버리의 새 컬렉션이 공개됐다. 이번 2019 봄여름 컬렉션은 그 쇼장부터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암시하는 듯했다.
클래식한 버버리 라인으로 시작한 쇼는 리카르도 티시의 창의성과 대담한 패턴이 돋보이는 라인으로 넘어갔다. 마지막엔 영국의 전통 문화를 담은 드레시한 라인이 런웨이를 수놓았다. 다양한 스카프 활용과 백팩, 가죽 액세서리 등도 눈에 들어왔다.
새 시대를 알리듯 버버리는 컬렉션에 앞서 8월 초 새로운 모노그램을 공개했다. 버버리 시그니처 컬러인 브라운과 오렌지를 메인 색상으로 버버리 브랜드 창립자인 토머스 버버리의 이니셜인 T와 B를 배합해 버버리의 하우스 체크를 연상케 했다.
지난주 청담 사거리를 지나다 버버리 플래그십 스토어 빌딩 전체를 감싼 엄청난 규모의 모노그램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사진을 찍었다. 그 후 리카르도 티시의 인스타그램을 보니 홍콩엔 이층버스, 미국 뉴욕엔 선셋 비치, 영국 런던엔 택시, 중국 상하이엔 큰 곰인형, 대한민국 서울엔 플래그십 스토어 등 모노그램을 다양한 곳에 반영해 사람들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게 했다.
버버리의 변화와 시도는 최근 스트리트 브랜드의 온라인 강세로 주춤했던 럭셔리 브랜드의 새로운 미래를 궁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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