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구한 역사는 농촌에 있습니다. 개혁개방 40년 동안 도시화로 인구가 줄고, 옛 서원(書院)도 전란과 재해로 망가졌습니다. 지식인들이 향촌(鄕村)으로 돌아가 문화를 생산하고 향촌의 질서를 재건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중국 난징(南京)의 대표적 민영 인문서점인 셴펑(先鋒)서점의 첸샤오화(錢小華·54) 대표는 14일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포럼은 ‘파주 북소리’ 축제와 함께 16일까지 경기 파주시에서 열렸다.
각종 매체에서 ‘아름다운 서점’으로 여러 차례 꼽힌 셴펑서점은 1996년 17m²의 작은 서점으로 시작해 현재 14곳으로 늘었다. 최근 중국 오지나 소수민족 거주지에도 분점을 냈다. 안후이(安徽)성 황산(黃山)시, 저장(浙江)성 쑹양(松陽)현과 퉁루(桐廬)현 등이다. 윈난(雲南)성과 구이저우(貴州)성에도 내년 개점을 앞두고 있다. 첸 대표는 “향촌 진흥 전략에 따라 시골에는 정부가 서점을 지어준다”며 “외지에서도 젊은이들이 시골 서점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첸 대표는 중국에서 거의 매일같이 새로운 서점이 문을 열고 있으며, 질적으로도 도약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전 국민 독서를 대대적으로 장려하면서 서점 개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 그는 서점은 “정신의 안식처를 찾아 떠도는 ‘이향인(異鄕人)’의 고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일본 도쿄, 오사카에 있는 어린이 책 전문서점 ‘크레용하우스’를 운영하는 오치아이 게이코(落合惠子·73) 대표도 참석했다. 1976년 문을 연 크레용하우스는 좋은 책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베스트셀러도 안 판다. 또 일단 팔기로 결정하면 잘 안 팔려도 반품하지 않고 오래 진열한다. 여성을 위한 공간과 페미니즘, 평화 등을 주제로 한 도서도 구비돼 있다. 여행객이 ‘가보고 싶은 일본 서점’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다.
반전(反戰), 차별 반대 운동에도 적극적인 오치아이 대표는 “우리 서점이 책을 매개로 소수민족이나 여성을 비롯한 ‘타자(Others)’들이 목소리를 내고,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바라보고 의견을 나누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치아이 대표는 서점이 추구하는 목표와 안정적인 경영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고 묻자 “한 번도 조화가 된 적이 없다(웃음). 42년 동안 (에세이 집필 등) 다른 데서 번 돈으로 적자를 충당해 왔다”며 “우리 서점이 다음 세대인 어린이들이 책이라는 존재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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