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노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부르다가 물었습니다. “그런데 신라 김유신은 왜 말의 목을 잘랐어?” 천관녀(天官女) 이야기를 해주자 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이제 눈물까지 글썽입니다. 김유신이 나중에 장군이 돼 ‘삼한일통’의 위업을 이뤘다는 게 아이에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그저 애꿎게 죽은 말이 불쌍하겠지요. “옛날이야기들이 다 좀 이상해”라며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문을 빛내기 위해 정인(情人)을 버렸으니, 이렇게 보면 김유신은 비정한 사내입니다. 소위 ‘역사의 위업’ 뒤에 얼마나 많은 비정함이 숨어 있을까요. 고(故) 노회찬 의원의 특강을 정리한 책 ‘우리가 꿈꾸는 나라’(창비)가 ‘지혜의 시대’라는 시리즈 도서 가운데 한 권으로 나왔네요. 노 의원은 책에서 “저 같은 고참이 개인을 생각해서 편한 길을 찾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정책을 떠나 그 어느 정치인보다 서민의 정서와 가까웠고, 따스한 마음을 가진 그였습니다. 아이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잃지 않은 정치인이 ‘위업’을 이루지 못하고 비정한 정치판에서 스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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