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종갓집 차례상은 화려? 차림새보다 전통 중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2일 03시 00분


◇대한민국 명문종가 100/이연자 지음/672쪽(1권)·664쪽(2권)·6만5000원·21세기북스

이 시대 며느리들의 고단한 노동 끝에 완성된 차례상을 떠올리면, 문득 종갓집 차례상의 화려함이 궁금해진다. 그러나 이는 종가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다.

퇴계 이황 종가에서는 밥, 국, 과일, 단술(식혜의 일종)을 포함한 12가지 음식으로 단출한 제사를 지낸다. 제사상에 올린 음식이 10가지도 되지 않는 종가도 부지기수다. 오히려 그릇의 높이는 낮고 음식량도 적다. 형편에 맞게 제사를 지내되, 조상을 기리고 전통을 계승하는 제사의 본질을 중시하는 것이다.

20년 동안 종가를 탐방한 저자에 따르면, 종가는 우리 전통문화의 원형과 발자취를 간직한 ‘생활문화 박물관’이다. 각기 다른 예법, 복식, 자녀 교육법, 음식, 유적지, 유물 등이 전국에 산재된 100곳의 종가에 녹아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고택을 감상하는 것도 이 책의 볼거리다.

구시대적이고 거추장스럽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허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종가 문화를 한평생 지켜온 이들의 노고는 전통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들에겐 육신의 고달픔보다 훌륭한 조상의 후예로 품위 있게 살겠다는 자긍심이 배어 있다.

“이 혼서지(婚書紙·일종의 혼인 서약서)를 저승 갈 때 관에 넣어 가야 남편을 다시 만난답니다. 다시 태어나도 이 댁의 종부가 되어 종부 노릇을 더 잘해보고 싶어요.”(김태문 종부·일선 김씨 문충공 김종직 종가)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대한민국 명문종가 100#이연자#종갓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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