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 종착역으로 서서히 다가가고 있다. 우변 흑이 살아갈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백의 포위망이 너무 두텁다. 흑 ●가 백을 유인하는 수인데, 백 16이 정확한 대응. 전보에서 본 것처럼 20의 곳으로 나가면 흑의 덫에 걸려든다. 사방에 백의 군사가 깔려 있는 상황에서 흑이 타개의 묘수를 찾아낼 수 있을까.
이때 흑 17의 끼움이라는 기발한 수가 등장했다. 마치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이긴 4국의 묘수(백 78)를 생각나게 하는 수이다. 그 묘수 이후 당황한(?) 알파고는 실착을 연발하며 패배했다. 하지만 지금 바둑을 두는 알파고 마스터는 당시 버전보다 훨씬 강하다. 침착하게 백 18로 받고 26(●의 곳)에 잇자 더 이상 흑이 둘 곳이 없다. 흑이 참고도 1로 두더라도 백 8까지 흑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알파고 마스터는 제로와 100판을 둬 11승을 거뒀다. 이 정도의 승률이면 마스터는 사실 제로와 호선 바둑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 대국은 그런 상수를 상대로 마스터가 따낸 감격적(?) 승리였다. 제로가 아무리 강해도 마스터에게 간간이 지는 걸 보면 제로 역시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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