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건강과 다이어트의 주적이라며 탄수화물을 줄이라고 야단들이다. 그 영향 때문인지 쌀 소비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그런데 국수, 파스타, 떡, 빵, 케이크, 과자까지 입맛 당기는 먹거리의 태반이 탄수화물이다 보니 박약한 의지로 유혹을 뿌리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당분과 지방이 적어 건강한 간식이라 여겼던 찐 옥수수, 군고구마조차도 탄수화물 덩어리라고 꺼리게 된다. 어려운 시절 민생의 끼니를 해결해준 고마운 구황작물이었는데도 말이다. 특히 아메리카대륙이 원산지인 감자와 옥수수는 콜럼버스의 항해를 계기로 유럽에 전해져 기근을 해결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작물들이다. 그중에서도 옥수수는 중남미대륙의 중요한 식량자원이며 멕시코에서는 우리의 쌀과 같은 주식이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요리 타코는 옥수수가루로 만든다. 딱딱한 옥수수 알갱이를 석회가 함유된 물에 담가 알칼리화한 후 분말로 만들면 부드러워져 반죽이 용이해지고 소화도 잘되며 옥수수에 있는 필수 아미노산과 니아신(비타민B3) 성분의 체내흡수가 좋아진다.
놀라운 것은 기원전에 이미 그들은 옥수수를 부드러운 가루로 알칼리화하는 법을 알고 있었으며 그 전통에 따라 지금까지 옥수수를 먹어왔기에 영양의 균형을 지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옥수수를 가져간 스페인에서는 한때 펠라그라병(니아신 결핍에 따른 피부병)이 유행하기도 했단다.
타코는 옥수수가루를 반죽해 구워 낸 토르티야에 소, 돼지, 양, 염소 등 익힌 고기와 양파, 토마토 같은 야채, 각종 살사(소스를 뜻하는 스페인어)를 넣어 싸먹는 요리다. 타코는 단순히 음식의 명칭을 넘어, 간단한 식사를 뜻하기도 하는 만큼 그 대중적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타코의 주재료인 토르티야는 스페인의 오믈렛과 모양, 색깔이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 북부에서는 밀가루로 반죽한 토르티야를 많이 먹지만 옥수수가루로 반죽한 토르티야의 고소함에는 미치지 못한다. 말라서 딱딱해진 토르티야는 튀겨서 고기와 야채를 얹어먹는 토스타다가 되고, 잘게 잘라 튀겨낸 토토포스는 수프에 곁들여 먹고, 기름에 지져 고기와 야채를 넣고 돌돌 말아 소스를 끼얹으면 엔칠라다가 된다.
토르티야의 변신만큼이나 타코의 종류도 무한하다. 육류와 해산물 가릴 것 없고 기호에 맞는 야채에 매콤한 살사를 곁들이면 누구의 취향에도 어울리는 다양한 타코를 만들 수 있다. 타코가 처음이라면, 돼지고기를 향신양념에 재웠다가 익혀 쭉쭉 찢어낸 후, 토마토와 양파로 만든 살사와 다진 고수를 듬뿍 곁들인 카르니타스를 추천한다. 라임즙을 짜 넣은 짜릿하고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다. 탄수화물 걱정일랑 잠시 잊자. 골고루 먹고 스트레스 덜 받는 것이 건강한 다이어트 아니겠는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