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은 이날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선거인단 318명 중 315명이 투표에 참여해 기호 2번 원행 스님이 235표를 얻어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는 선거인단 기준 약 74%의 득표율이다. 26일 동반 사퇴한 혜총, 정우, 일면 스님을 찍거나 기표하지 않은 무효표가 80표였다. 총무원장 임기는 4년으로 전국 3000여개 사찰 주지 임면과 종단·사찰에 속한 재산 처분에 대한 승인권 등을 갖는다.
원행 스님은 총무원장을 두 차례 지낸 월주 스님의 상좌(제자)로 중앙종회와 교구 본사에 지지세가 두터워 선거 전부터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1973년 법주사에서 혜정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1985년 범어사에서 자운스님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해인사 승가대와 중앙승가대를 졸업했고 종단 국회격인 중앙종회 제11~13대, 16대 의원을 비롯해 중앙승가대 총장, 금산사 주지, 본사주지협의회 회장, 중앙종회 의장 등을 지냈다. 종단의 주요 소임을 두루 맡아 종단 행정에 밝다는 평이다.
이날 오후 3시경 당선증을 받은 원행 스님은 조계사 대웅전에서 3배를 올린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원행 스님은 “종단이 변화하는 사회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불교의 사회적 위상이 약화됐다”며 승가복지와 종단화합, 사회적 책임을 세가지 과제로 꼽았다.
원행 스님은 또 “‘소통과 화합 위원회’를 설치해 어떤 의견이든 열린 자세로 듣겠다”며 “전국비구니회를 종법 기구화해 비구니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중 설정 전 원장의 퇴진을 초래한 출가자의 계율 파괴와 향후 직선제 실시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원행 스님은 “출가자와 재가자 등 사부대중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방향을 정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선거는 은처자(숨겨 놓은 아내와 자식) 의혹으로 사퇴 압력을 받아온 설정 스님에 대한 종단 초유의 총무원장 탄핵으로 치러지게 됐다. 신임 총무원장 선출은 지난 8월 16일 중앙종회의 불신임안 가결 이후 43일 만이다.
원행 총무원장 체제가 종단의 화합과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숙제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불교계 야권 뿐 아니라 제도권 내에서도 목소리가 높았던 선거제도 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선거 이틀을 앞두고 후보로 출마했던 세 후보가 “전두환 시절의 체육관 선거 대신 직선제를 실시해야 한다”, “기득권 세력이 특정 후보를 밀고 있다”며 동반사퇴해 선거의 공정성과 대표성에 큰 흠집이 났다. 종단 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직선제 지지율이 70%를 웃돌아 향후 선거제도 개혁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41일간 단식하며 설정 전 원장 퇴진을 주도한 설조 스님을 비롯한 불교계 시민단체와 선원수좌회 등도 직선제를 요구하며 선거 거부를 주장해왔다.
조계종의 청정성(淸淨性) 회복과 종단 내부의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종단은 물론 사회적 요청으로 확인된 만큼 종단 개혁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또 다른 갈등에 휩싸일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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