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추하거나 아름답거나… 사랑받지 못한 자들의 사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9일 03시 00분


◇추남, 미녀/아멜리 노통브 지음·이상해 옮김/232쪽·열린책들·1만1800원

아름다움은 숭앙하며 추함엔 손가락질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못생긴 소년 데오다만큼이나 특출하게 예쁜 소녀 트레미에르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외롭다. 지식과 미모의 극단으로 대표되는 두 사람은 우연히 갖게 된 선천적 능력이나 한계를 대하는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 질투를 감내해야 했다.

이 작품은 ‘장화 신은 고양이’ 등을 집필한 17세기 프랑스 동화작가 샤를 페로의 ‘고수머리 리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고수머리 리케’는 못생겼지만 재치를 가진 왕자와 아름답지만 멍청한 공주가 만나 결혼하는 이야기다. 리케 왕자는 태어날 때부터 늙은이의 얼굴을 한 소년 데오다로, 이웃나라 미녀 공주는 맞아도 멍이 들지 않는 투명한 피부의 소녀 트레미에르와 연결된다. 덕분에 현대 프랑스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어딘지 동화같이 신비롭다.

소설엔 유난히 두 주인공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자세히 나온다. 어린아이들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체득하는 생존 전략은 근현대 학자들의 정신분석학을 연상시킨다. 데오다는 못생긴 자신을 보고 놀라는 엄마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방긋 웃거나 애교를 부린다.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의 흉물스러운 모습을 알아차리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전혀 다른 이유로 세상의 멸시를 받던 데오다와 트레미에르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를 수용하고 대면하여 결국은 극복해 낸다. 남들보다 월등한 지적 능력과 재치를 가진 데오다는 “적응하고 분석”하고 높은 안목과 감성이 발달한 트레미에르는 “세상을 관조”한다. 이렇게 두 사람은 자존감을 키우고 자신의 입지를 다진다.

평범한 세상에 태어난 비범한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고 사랑에 빠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말인지도 모르겠다. 페로의 이야기를 설명하는 부분을 포함해 소설 전반에 저자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페로가 그 미녀에 대해서나 리케에 대해서나 애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는 세상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랑의 부조리한 행복을 그들에게 주기 위해 그들을 부조리한 저주로부터 해방시키길 원한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추남 미녀#아멜리 노통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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