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사람사는 냄새 폴폴, 우체국에서 생긴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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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공무원이었어요? 우체국 사람들/이영구 외 12인 지음/288쪽·1만4000원·출판이안

우정공무원 열세 명의 글을 모았다. 그들이 우체국에 근무하며 벌어지는 일 이야기, 삶 이야기다. 짧은 에세이와 시가 적절히 섞여 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시절에는 우체국이란 늘 들르던 곳이었고 우표는 생활필수품이었다. 철 되면 크리스마스실까지 사 편지봉투에 고이 붙이던 날들…. 20년 이상 경력의 우체국 직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래서 정겹다. 저자도, 그 지인들도 대개 소시민이어서 사연들은 때로 눈물난다. 우습기도 하다. 모친을 여읜 아이가 하늘의 엄마에게 쓴 편지를 발견하거나, 노인에게 통장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통장 대신 마을 반장을 데려왔다는 이야기 말이다.

대개 여러 저자의 에피소드가 섞여 있지만 가끔은 특별한 배치가 재미를 더한다. 퇴직 이야기부터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별세까지 한 저자의 일화 세 편이 자연스레 병치되거나, 부부 공무원이 각자의 관점에서 서술한 같은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나란히 놓인 구성 말이다. 가끔 우체국 정책 홍보 느낌이 다분한 글이 끼어드는 것은 옥에 티다.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조용필 ‘서울 서울 서울’)이나 ‘어느 작은 우체국 앞 계단에 앉아 프리지아 꽃향기를’(마로니에 ‘칵테일 사랑’) 같은 가사처럼 빨간 우체통이, 하얀 편지지가 아련한 향기로 물들던 날들은 어디 갔을까. 가을엔 편지를 하겠다던 사람은 뭐 하고 있을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우체국 사람들#우체국#우정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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