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내 첫 독주회 갖는 獨 바이올리니스트 콜야 블라허
베를린필 최연소 악장 신화 주인공
‘지휘자없는 공연’ 형식도 도입
“오케스트라를 경험한 뒤 독주자로서 더 연주를 잘할 수 있게 됐죠. 연주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다른 파트의 연주자들과 주고받는 신호, 즉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간파할 수 있단 점에서 유리합니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최연소 악장 신화를 썼던 주인공 콜야 블라허(55)가 4일 국내 첫 독주 무대를 갖는다. 2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그는 “오케스트라에선 서로 합이 안 맞을 때 발을 쿵 구르거나 ‘너 틀렸어!’라는 표정을 짓는다”고 설명하며 웃었다. 독주자로서도, 오케스트라 악장으로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그는 독일 한스아이슬러음대 등 유럽 명문 음악학교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20년 동안 유럽 클래식계는 분위기와 시스템이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한 명의 강한 지휘자가 리더십을 발휘해 오케스트라를 이끌기보다는 단원들과 지휘자의 ‘교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인지 그는 최근 호주 멜버른 심포니, 대만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함께 ‘지휘자 없이’ 공연하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이고 있다.
“지휘자가 없는 오케스트라에서도 내가 곡의 해석이나, 콘셉트를 갖고 있기는 해야 합니다. 하지만 단원은 더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이전보다 악보를 더 주체적으로 봐야 합니다. 서로에게 눈을 떼지 말아야 하고요. 마치 거대한 실내악인 셈이죠. 처음엔 모두 걱정했지만, 점차 이게 얼마나 재밌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블라허는 “지휘자와 연주하는 걸 싫어한단 뜻으로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며 웃었다. 또 “연주자 개인에게 자율성을 부여했던 지휘자 아바도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이런 형태의 연주도 없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블라허는 1993년 서른 살의 젊은 나이로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 악장에 임용됐다. 아바도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은 그는 훗날 그가 창단한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도 악장으로 초청됐다.
평소 그의 음악 스펙트럼은 고전, 낭만 시기 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광범위하다. 이번 한국 독주회 프로그램도 대조적인 분위기의 곡들로 구성했다. 베토벤, 쇼스타코비치,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하이페츠가 편곡한 거슈윈의 재즈곡 등이다.
블라허는 “오케스트라 악장, 독주자, 교육자 등 모든 역할이 균형을 이루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라며 “나는 배움과 발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며, 작곡가의 의도를 관객에게 잘 전달했을 때 행복하다”고 말했다. 전석 8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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