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 시인 별세, 장례는?… 독일 뮌스터서 ‘수목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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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4일 15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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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학과지성사 제공
사진=문학과지성사 제공
고(故) 허수경 시인의 장례는 독일 뮌스터 현지에서 수목장(주검을 화장한 뒤 뼛가루를 나무뿌리에 묻는 자연 친화적 장례 방식)으로 치러진다.

4일 문학과지성사에 따르면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던 허 시인은 전날 오후 7시 50분(한국 시각) 독일 뮌스터에서 별세했다. 고인의 장례는 가족과 30년 가까이 함께했던 이웃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목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허 시인은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1992년 독일로 건너간 고인은 뮌스터대학에서 고대근동고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인 지도교수와 결혼했다. 이후 독일에서 꾸준히 시집과 산문집 등을 써왔다.

허 시인의 시집으론 ▲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역에서 등이 있다. 산문집으론 ▲길모퉁이의 중국식당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등이 있다.

2001년 동서문학상, 2016년 전숙희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 된 고인은 최근까지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올해는 제15회 이육사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문학과지성사는 “30년 남짓, 여섯 권의 시집을 통해 허수경은 우리말의 유장한 리듬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빛내왔다”면서 “1992년에 독일로 건너가 햇수로 27년째 이국의 삶 속에서 모국어로 시를 썼던 시인은 시간의 지층을 탐사하는 고고학적 상상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허수경은 물기 어린 마음이 빚은 비옥한 여성성의 언어로 우리 내면 깊숙한 곳의 허기와 슬픔을 노래했다”며 “우리는 허수경이 시로써 이야기한 오래된 일과, 그것이 무엇으로 남아 현재의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묻고 또 물으며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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