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발레와 필라테스를 함께 해 6개월 만에 12kg을 넘게 감량한 우진미 씨 스토리를 쓰면서 발레의 운동량과 에너지 소비량을 알아봤다.
사실 필자 둘째 아들도 무용으로 살을 많이 뺐다. 지금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고도 비만으로 친구들로부터 놀림까지 받을 정도였다. 살을 빼기 위해 축구를 비롯해 권투, 태권도 등도 시켜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이를 지켜보던 발레학원 원장인 아들 엄마가 “야 너 내일부터 발레 시작해”라고 했고 1년여 만에 보기 좋은 몸이 됐다. 지금은 177cm에 63kg의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아들은 현재 현대무용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며 매일 춤을 추고 있다. 축구와 권투, 태권도가 살을 빼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 아들의 경우 발레에 더 관심을 보이고 집중해서 했기 때문(엄마의 강압도 있었음)에 좋은 결과가 나온 측면도 있다. 그냥 한 사례로 봐주길 바란다.
2014년 임정미 중앙대 강사가 대한무용학회논문집 제72권 1호에 투고한 ‘여자대학생 발레작품 수준에 따른 운동 강도 및 에너지소모량 연구’에 따르면 발레의 에너지 소모량이 달리기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3막 중 오로라공주 바리에이션(1번 작품), 라 바야데르 2막 중 감자티바리에이션(2번 작품), 탈리스만 중 여자 솔로(3번 작품) 등 3개 작품을 8명의 무용수가 1분20초 수행하는 동안 에너지 소모량의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2번 작품의 경우 1분에 최대 심박수가 평균 169.8회로 가장 높았다. 1번 작품 155.35회, 3번 작품 162.29회. 이는 최대운동부하검사(최고 강도로 운동했을 경우 신체 반응 검사) 때 나오는 심박수 분당 187.1회보다는 낮은 것이지만 강도 면에서는 100%를 기준으로 85%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이다. 논문에서 테스트한 작품들이 초기 시작부터 점프를 하고 회전을 하는 등 빠른 템포와 격렬한 동작위주로 구성된 측면을 감안해도 운동량이 아주 높은 것이다.
에너지 소모량에서도 2번 작품은 1분에 12.12 kcal로 나타났다. 이는 체중 50kg인 사람이 1분에 200m를 달리는 것(10.8kcal)보다 높은 것이다. 발레리나들의 몸무게가 40kg 후반대에서 50kg 초반대인 점을 감안해 몸무게 50kg을 기준으로 비교했다. 200m를 1분에 달리는 것은 보통사람들의 경우 거의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수준이다. 고상하고 멋진 것으로만 여겨졌던 발레가 ‘운동’의 측면에선 고강도 운동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물론 이것은 단순비교일 뿐이다. 김용권 전주대 운동처방학과 객원 교수(전주 본병원 본스포츠재활센터 대표)는 “발레는 잔 근육을 많이 쓰기 때문에 장시간 지속하기 어렵다. 예를 들자면 발끝을 세워 춤을 추는 동작은 몇 분 이상 지속하기 힘들다. 달리기는 1~2시간 계속할 수 있다. 운동으로 단순비교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순간적일지라도 발레의 운동량이 높은 점은 이번 논문을 통해서 증명됐다.
발레가 왜 이렇게 운동 강도가 높을까. 전문가들은 “우리 몸에 있는 큰 근육을 다 쓰면서도 일반인들은 쓰지 않는 근육까지 동원해 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발레는 속칭 코어근육(대퇴 복근 등배 흉부 등)을 쓰면서도 박근, 장내전근(이상 허벅지), 골반저근육(엉덩이), 광배근(등) 등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는 근육들을 많이 사용한다. 지난번 웨이트트레이닝에서 얘기했듯 우리 몸은 근육이 발달하면 에너지 소비량이 높아져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장시간 할 수 없어 중간 중간 쉬면서 하더라도 발레 동작을 1시간 정도 한다면 그 운동량은 달리기를 1시간 하는 것과 맞먹을 수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발레는 무산소 및 유산소 운동이 결합돼 있는 격렬한 ‘운동’이다. 발레에서 자주 하는 점프나 회전 동작은 육상 100m에서 쓰는 순발력과 파워를 필요로 하는 무산소성 ‘운동’이다. 무대 곳곳을 뛰어 다니며 하는 동작과 팔로 우아하게 하는 동작은 유산소 운동이다. 전문 무용수가 아닌 일반인도 발레 동작을 따라 하면 ‘운동’으로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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