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종교를 넘어 사회로’… 실천하는 종교인의 삶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3일 03시 00분


◇요즘, 밥값하고 사십니까?/김갑식 지음·황중환 그림/227쪽·1만4000원·파워팩토리동행

30년 된 승복을 기워 입어 ‘누더기 스님’으로 불리는 부산 영일암 주지 현웅 스님. 단지 겉모습뿐만이 아니다. 스님은 인재불사(人材佛事)를 위해 써달라며 사찰의 전 재산인 7억 원 상당의 금액을 동국대에 기부해왔다. 항상 커다란 자루를 둘러메고 다녀 ‘포대화상’으로 불리는 무원 스님의 일화와 12년간 8000km를 달리며 모금해 소외된 이웃을 도와온 ‘철인 스님’ 진오 스님까지. 종교인들의 속살을 살펴볼 수 있는 각종 일화로 채워져 있다.

저자는 동아일보 종교전문기자다. 2014년부터 ‘뫔길’이라는 제목의 칼럼에 쓴 글을 각색해 엮었다. T길은 몸 따로, 마음 따로가 아닌 조화된 삶의 길을 전한다는 의미다.

특정 종교를 넘어 한국 사회에 울림을 주는 이들의 활동은 읽는 내내 따뜻함을 준다. 송길원 목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시민들이 유가족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도록 팽목항에 ‘진도 하늘나라 우체통’을 만들어 우리 사회에 위로를 선사했다. 은둔의 생활이 아닌 팟캐스트로 소통하는 바오로수도회 소속 김젬마 수녀와 황인수 수사의 이색적인 도전은 디지털시대 종교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 종교의 위기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도 눈에 띈다. 비구니의 권한 확대를 강력히 제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의 행태를 비판하고 교회 세습을 둘러싼 개신교의 갈등에 일침을 가하며 존경받는 지도자가 부재한 한국 종교계의 문제를 꼬집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요즘 밥값하고 사십니까#김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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