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별’ 고 신성일 배우의 편안한 안식을 기원하는 조문객의 발걸음은 고인이 영면한 둘째 날인 5일에도 끊이지 않았다. 원로 방송인 송해 씨와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계 인사들이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찾아 신 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인생은 연기(煙氣)야. (입관식에서) 스님께 법문을 들었는데 그 말이 딱 맞아. (신 씨는) 이제 연기로 떠서 돌아다니다가 나하고도 다시 연기로 만나게 될 거야.”(엄앵란)
이날 오전 엄수된 입관식에서 엄앵란 씨(83)를 비롯한 유족들은 의연하게 신 씨의 입관을 지켜봤다. 다리가 불편해 딸 수화 씨의 부축을 받으며 입관식장을 나선 엄 씨는 “이승에선 인연을 맺어 내 새끼, 내 식구 하지만 저 세상에선 그런 게 없다. 나도 이젠 욕심 없이 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입관식을 참관한 유족들은 “(신 씨가) 한창 때처럼 멋지고 편안하신 모습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입관식 전 빈소를 찾은 송해 씨(91)는 “아무런 제약도 검열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영화 많이 찍으시라”는 말을 전하며 울음을 삼켰다. 배우 양택조 씨(79)도 “이만희 감독 밑에서 조연출을 할 때, ‘만추’ 작업을 함께 하며 (신 씨를) 처음 만났다”며 “이후에도 동시녹음이 없던 시절 ‘성일이 형’의 목소리 연기를 도맡다시피 했다”고 회고했다. 신 씨와 함께 한국영화배우협회를 초창기부터 이끌어 온 배우 김영인 씨(78)도 “가장 어려웠던 시절을 함께 보낸 동지다. 누구보다 강직하고 남에게 지기 싫어한 신 씨는 하늘에서도 대 스타의 위치에 있을 것”이라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회창 전 국무총리는 “고인을 보면 천의무봉(天衣無縫·성격이나 언동이 매우 자연스러워 꾸민 데가 없음)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꾸밈과 거짓이 없던 분”이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대선배를 그리워하는 후배 배우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덕화 씨(66)는 “우리 세대는 고인의 연기를 보며 연기자의 꿈을 키운 세대다. 우리에겐 영원한 별”이라고 말했다. 김창숙 씨(69)는 “고인과 함께 영화를 했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 늘 상대 배우들을 감싸고 배려해 준 다정한 분”이라고 추억했다. 김 씨는 입관식을 마치고 나온 엄앵란 씨를 한참동안 끌어안고 아픔을 위로하기도 했다. 방송인 이정섭 이상용 씨, 이종격투기 선수 김동현 씨, 김재박 전 야구감독 등 각계의 인물들이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정진석 국회의원은 “16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으로 처음 만났다. 어려움(구속 수감)에 처했을 때 탄원서를 써 여야 국회의원 200여 명의 사인을 받아 법무부에 제출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신 씨의 영결식은 6일 오전 10시에 열리며 발인은 11시다. 화장한 유해는 경북 영천시의 자택 성일가에 안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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